[오션 뷰] 안보와 직결되는 부산 수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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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언 ㈜백화수산 대표

부산 수산업계의 오랜 세월 숙원 사업이었던 공동어시장의 현대화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돼 부산 수산업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1963년 개장 이후 반세기 넘게 한국 수산업의 중심 역할을 해왔으며, 시대 변화에 맞추어 보다 효율적이고 위생적인 유통 환경을 갖추기 위한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현대화 사업은 단순한 시설 정비를 넘어 시대의 변화에 맞춰 보다 효율적이고 위생적인 유통 환경을 갖추기 위한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부산 대표 어시장의 장밋빛 현대화 사업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는 부산 수산업계가 직면한 심각한 어려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부산 수산업계는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수산물 생산 감소, 그리고 수산업 종사자의 고령화 문제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부산 지역 수산물 생산량은 2010년 이후 매년 3%씩 감소하고 있다. 현재는 수입산 수산물이 전체 유통의 40%를 차지하며, 이는 지역 어업인들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수산업 종사자 중 60대 이상 비율은 65%를 넘어섰으며, 고령화 문제는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산업계 숙원 공동어시장 현대화

이면엔 아직 구조적 문제 첩첩산중

대표적 수협 대형선망 가파른 침체

방치 땐 식량 안보 위기 초래 우려

부산지역 대표적 수산업협동조합인 대형선망수협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이 같은 어려움이 두드러진다. 대형선망의 한 선단은 본선과 등선 2척, 운반선 3척 등 6척으로 구성된다. 한때 대형선망은 선단의 본선이 48척이나 되었지만, 2016년 6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일어업협정이 결렬되면서 어장 축소와 기후 온난화로 인한 수온 변화 등 어장 환경의 급변화로 더욱 고전을 면치 못해 현재 17척 선단 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침몰한 대형선망 사고 이후 해당 선사는 아직 본선을 구하지 못하여 어업 허가 유예 상태인데, 현재 이 선단은 올해 11월 8일까지 본선을 구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어업 허가가 취소된다. 선단이 15척 미만이 되면 대형선망수협은 법에 따라 해산될 위기에 처한다.

대형선망은 대부분 일본에서 중고 선박을 수입해 쓰는 실정이라 선령이 20년 이상 된 어선들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대형선망의 본선 크기는 129톤, 평균 선령 26년, 최고 선령 40년이다.

여기에다 전근대적인 정부의 규제도 수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데 한몫한다. 총허용어획량제도(TAC)가 있는데도 배 규모에까지 상한을 두고 있다. 물론 거친 바다, 넓은 바다에 아무리 큰 배라도 물 위에 띄워놓은 고무신과 같다고 표현하겠지만, 현실성을 고려하면 선박 규모의 확대는 절대 필요하다. 실제 국내와 조업 환경이 비슷한 일본도 135톤이었던 허용 톤수를 2008년 199톤까지 확대했다. 선박의 크기는 효율성과 직결된 문제이고 특히 신규 인력 유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생활 시설, 현대화 통신 장비 등이 갖추어져야 젊은 층이 유입될 터인데 어선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선원의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해 이젠 외국인 선원 없이는 운영이 불가한 실정이다.

이처럼 선박 노후화와 규모 문제가 고질적으로 업황을 위협하는데도 하드웨어적인 해결책은 요원한 실정이다. 대형선망의 영세한 경영 여건 탓에 일본에서 수입해 오는 중고선은 15억~20억 원 정도인데, 신조 비용은 150억 원 이상이 든다. 사실 새 배를 지을 조선소도 없다. 국내 조선소 입장에서도 대형선망용 신조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모순된 규제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바다에 그 누가 큰 투자를 할 수 있을까?

최근 부산 대형선망 선사 한 곳은 위기 타개책의 일환으로 제주 화순항에 국내 최대 규모 최첨단 자동화 수산물 가공 공장을 건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시설을 완공해 연간 고등어 5만 톤을 비롯해 총 10만 여 톤의 수산물을 처리함으로써 고등어 산지인 제주도를 집산지 부산을 뛰어넘는 새로운 수산물 생산, 가공, 유통 메카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산 공동어시장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고등어를 산지인 제주 화순항에서 곧바로 가공해 상품성과 편의성을 크게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이 막 순항하려는 시점에 공동어시장의 터줏대감인 대형선망의 선사가 위기 타개를 위해 왜 이런 몸부림을 치는지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겉만 화려한 수산업이 아니라 실속과 알맹이가 꽉 찬 내실 있는 수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더욱 그래야 한다.

저렴한 가격에 풍요로운 단백질을 공급해 주던 수산업은 식량 안보와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실에 맞는 정부의 발빠른 규제 개선 의지가 없다면 수산업은 결코 국내 식량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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