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강풍·실화, 3박자가 낳은 참사 [잇따르는 영남 화재]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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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산불 원인 모두 실화
불똥 비행하는 ‘비화 현상’
봄서풍 타고 급속도로 확산

23일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중앙산림재난상황실에서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산불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23일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중앙산림재난상황실에서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산불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영남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고온 건조한 날씨에 봄철 서풍, 그리고 인재가 더해져 막대한 피해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맘때 백두대간 동쪽에서 발생하는 봄철 산불은 일단 번지기 시작하면 매년 대형 산불로 이어져 왔다. 강수량이 적어 극도로 건조해진 숲에 '남고북저' 기압 배치로 강한 서풍이 불기 때문이다.

최근 냉해 우려가 나오기 무섭게 들이닥친 고온 건조한 초여름 날씨도 당국의 허를 찔렀다. 평년보다 10도 이상 높은 20도 안팎의 초여름 날씨가 이 같은 봄철 기후적 특성을 부추기는 강한 에너지로 작용, 역대급 산불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게다가 봄철 강풍은 산불 확산 속도를 올리는 것은 물론,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 현상도 유발한다. 여기에 영남권 일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난 산불이 현재까지 모두 입산객의 부주의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같은 실화로 산청군에서는 인명 피해까지 발생한 터라 안타까움을 더한다.

산림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발생해 산불 3단계가 발령된 경남 산청군 산불은 인근 주민이 예초기로 작업을 하던 중 불꽃이 튀어 발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천면의 한 농장 주가 잡초 제거를 위해 작동시킨 예초기에서 불씨가 튀었고, 이 불씨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주변을 태우며 확산했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초대형 산불의 원인도 성묘객 실화로 확인됐다. 의성군 관계자는 “괴산리 야산 산불은 성묘객 실화에 따른 것으로, 화재 발생 난 후 실화자가 직접 묘지를 정리하던 중 불을 냈다고 119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발생한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농막에서 용접을 하다 튄 불씨가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 당국과 경찰은 용접 작업을 하던 농막에서 불이 시작한 것으로 화인을 추정 중이다. 이들은 진화부터 마치고 보다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남 김해시 한림면 안곡리산 106번지 일대에서 난 산불도 한 문중 묘지를 관리인이 계곡 수로 작업 후 소지하고 있던 과자봉지를 태우다 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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