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시엔 우승 교토국제고, 이제 한일 우호 증진 역할도 하고파” 백승환 일본 교토국제고 교장
지난해 ‘최동원 불굴의 영웅상’ 계기
부산서 후원 제안 늘며 학교 간 교류
24일 동래여고와 자매결연 협약식
학생 상호 방문·문화 이해 증진 계획
지난해 일본 여름 고시엔에서 우승한 교토국제고 백승환 교장이 24일 <부산일보>를 방문해 야구부 응원 수건을 펼쳐 보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본교는 작지만 강합니다. 어렵게 학교가 성장해온 만큼 학생들 또한 단단한 실력과 강한 정신력을 키웁니다.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우승 이후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아져 앞으로 양국 우호 증진에도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일본 고시엔에서 우승한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등학교 백승환 교장이 24일 부산을 찾았다. 이날 오전 교토국제고가 부산 금정구 소재 동래여자고등학교와 국제 교류 협력을 위한 자매결연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백 교장은 이번이 세 번째 부산 방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최동원기념사업회로부터 ‘불굴의 영웅상’을 받았고, 덕분에 부산에 계시는 여러 좋은 분들로부터 학교에 후원을 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부산에 두 차례 왔었고, 이 과정에서 학교 대 학교로 교류하고 배울 수 있는 자매결연을 권유 받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신이 학창시절 3년간 부산기계공고를 다니고 졸업해 부산에 애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애초 고 최동원 선수를 배출한 경남고등학교와 결연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백 교장은 야구부에 치중하기보다 여자 고등학교와 교류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교토국제고는 고시엔 우승을 일궈낸 야구부 남학생 63명을 제외하면 전교생 100여 명이 모두 여학생이기 때문이었다.
백 교장은 “부산시교육청의 추천으로 동래여고를 알게 됐는데, 13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18명의 항일운동가를 배출한 학교라는 점이 와 닿았다”면서 “일본에서 78년간 한국계 민족학교의 정체성을 지켜왔고 학생 수가 줄어드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 점이 큰 틀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느꼈고, 이 때문에 이번 자매결연이 큰 의미로 다가온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토 히가시야마구에 자리한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 교포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야구부가 명문으로 발돋움하고, 최근 K팝 등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지원도 늘어나면서 현재 전교생 160여 명 중 90%가량이 일본인이라고 한다. 학생들은 입학하면 주 3~4시간씩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어로만 진행하는 수업도 꽤 있다고 백 교장은 전했다. 야구부는 1999년 창단됐으며, 지난해 8월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2-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백 교장은 “야구부에는 한국 학생이 서너 명에 불과하지만 한일 관계 등은 의식하지 않고 순수하고 건강한 스포츠 정신으로 운동에 정진하고 있다”면서 “영리하고 성실하며 끈기 있는 학생들을 입학시켜 좋은 야구 선수로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지난해 여름 고시엔 우승 이후로 한국에서 우리 학교를 더 많이 알게 돼 양국 교류와 우호 협력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동래여고와 자매결연을 통해 학생·교직원 간의 상호 교류를 활성화하고 문화적 이해 증진, 교육적 발전을 도모하게 된다. △학생 교류 프로그램 운영 △문화 체험 활동 지원 △교직원의 학술 교류와 교육 협력 △학교 간 공동 프로젝트 추진 등 다양한 교류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