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 첫 실태...70%는 “벗어나고 싶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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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9~24세 고립·은둔 청소년 5484명
“방에서도 안 나와” 초고위험군 395명
62.5%는 “죽고 싶다 생각한 적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여성가족부 제공

방에서도 나오지 않는 고립·은둔 청소년이 395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립·은둔 청소년 2139명 중 40%는 재고립·은둔을 경험했고, 71%는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기를 원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5일 전국 9~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2024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수행한 이번 조사는 고립되거나 은둔 상태인 청소년의 규모와 성별, 연령대, 원인 등 특성을 파악한 첫 조사다.

1차 온라인 조사에서 응답한 1만 9160명 중, 고립 청소년은 2412명(12.6%), 은둔 청소년은 3072명(16%)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방에서도 나오지 않는다고 응답한 초고위험군은 395명이다.

1차 조사에서 확인된 고립·은둔 청소년 5484명 중 지난 2주 동안 가족이나 친척, 또는 친구, 지인과 대화 경험이 없는 경우는 각각 8.3%, 5.6%였다.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4.76점으로, 고립·은둔 상태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이 응답한 만족도(7.35점)에 비해 매우 낮았다.

2차 조사에 응답한 2139명 중에서는 남자가 29.9%, 여자가 70.1%였다. 나이별로는 19~24세가 50.4%로 가장 많았고, 13~18세가 45.2%, 초등학생인 9~12세가 4.5%였다.

현재 학교에 다닌다고 말한 응답자는 57.6%이고, 학교에 다니지 않는 응답자는 42.4%다. 가정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높은 편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16.3%에 불과했고, 중간이 42.4%, 낮은 편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41.4%였다.

혼자 생활하는 1인 가구는 전체의 약 5%다. 아버지, 어머니, 조부모, 형제자매, 친척 등과 생활하는 경우는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성 친구, 그냥 알고 지내는 사람, 동성 친구, 시설 선생님, 위탁가정 보호자와 생활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립·은둔을 시작한 시기에 대해서는 72.3%가 18세 이하라고 응답했다. 65.5%는 친구 등 대인 관계의 어려움을 고립·은둔 이유로 밝혔다. 19~24세의 경우 진로와 직업 관련 어려움이 원인이 된 경우가 47.2%로, 타 연령대보다 높았다.

고립·은둔 기간에 대해서는 2년 이상~3년 미만이 17.1%, 1년 이상∼2년 미만 16.7%, 6개월 이상∼1년 미만 16.6%, 3년 이상 15.4% 순이었다.

40%에 가까운 청소년은 일상생활에 복귀한 이후 다시 고립과 은둔 상태에 놓였다. 그 원인으로는 ‘힘들고 지쳐서’라고 응답한 이들이 30.7%, ‘고립·은둔하게 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가 20.9%, ‘돈이나 시간 등이 부족해서’가 17.4%로 나타났다.

고립·은둔 청소년의 62.5%는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자신의 신체 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48.9%, 정신 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한 경우가 60.6%였다.

68.8%는 ‘지난 7일간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했고, 63.1%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답했다.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경우는 25.5%에 불과하고,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56.7%였다.

고립·은둔 생활에 대한 가족의 인식은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고립·은둔 중인지 모르는 등 인식이 낮은 경우가 66.2%였다. 청소년 본인도 스스로 고립·은둔이라 생각하지 않거나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등의 경우가 약 50%를 차지했다. 71.7%는 현재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고, 55.8%는 벗어나기 위해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탈고립·은둔 도움을 받지 않은 이유로는 도움 받기를 원하지 않은 경우가 50.6%였고, 도움을 요청할 만한 곳을 모르는 경우가 20.2%였다.

필요한 도움으로는 눈치 보지 않고 들러서 머물 수 있는 공간(79.5%), 경제적 지원(77.7%), 혼자 하는 취미·문화·체육활동 지원(77.4%), 진로활동 지원(75.1%)이 가장 많았다.

여가부 황윤정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오늘 발표된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청소년들이 심리적·사회적 관계를 조기에 회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 보다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며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고립·은둔 청소년을 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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