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홀린 '저속노화' [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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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정희원의 저속노화' 화면 갈무리 유튜브 채널 '정희원의 저속노화' 화면 갈무리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를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진 ‘저속노화’ 트렌드가 젊은 층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SNS를 중심으로 식습관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지난 10년간 만성 질환자가 급증한 MZ 세대 연령층에서도 건강한 식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출간한 책 <저속노화 식사법>을 통해 먹는 것이 노화에 주는 영향을 조명했던 정 교수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직접 유튜브 채널까지 개설해 일상 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노화 예방 식단을 소개하고 있다. 채널 이름부터가 <정희원의 저속노화>로 개설 8개월 만에 구독자 수가 40만 명 가까이 이르렀다. 매달 평균 5만 명 수준으로 시청자가 늘어난 셈인데, 이를 두고 한 누리꾼은 “정 교수님은 저속을 좋아하시는데 유튜브는 가속 페달을 밟으셨다”는 익살스런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채널에서는 정 교수가 다른 분야의 전문가를 초대해 노화와 건강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예능 대부’ 이경규 씨의 출연이 화제가 됐다.


유튜브 채널 '정희원의 저속노화' 화면 갈무리 유튜브 채널 '정희원의 저속노화' 화면 갈무리

2021년 <지속가능한 나이듦>이라는 책을 발간한 뒤 여러 방송과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가속노화’라는 키워드를 전해왔던 정 교수는 자신만의 새 채널을 개설한 이유에 대해 “다른 콘텐츠에서는 저한테 단편적이거나 자극적 발언을 바란다. 저 원래 되게 시니컬한 사람인데, 어느 순간 행복 전도사가 돼 있더라”면서 “이렇게 거두절미 편집돼서 나가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제가 정말 하고 싶은 말들을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130편 정도의 논문을 냈지만 기초연구자·임상의사로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게 적었다”면서 “오히려 사람들이 재미있게 직접 본인의 건강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정말 재미없는 영상이고 논문을 줄줄 읊고 있는 영상들인데도 조회수가 나오고 채널이 성장하고 있다”고 구독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유튜브 채널 '정희원의 저속노화' 화면 갈무리 유튜브 채널 '정희원의 저속노화' 화면 갈무리

유튜브 활동 이전부터 자신의 저속노화 식사법으로 렌틸콩과 귀리·현미로 만든 밥을 소개해 화제가 됐던 정 교수는 X(옛 트위터)에도 ‘저속노화 식단’을 주제로 한 커뮤니티를 열었다. 약 6만 명이 참여 중인 이곳에서는 각자가 만든 저속노화 식단을 사진으로 찍어올리고, 조리법과 식재료 등을 공유하고 있다.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많을 듯한 구성같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라올 법한 완성도에 20·30세대 이용자들의 호응도 뜨겁다.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개인 블로그에도 ‘저속노화 도시락’, ‘저속노화 레시피’ 등을 주제로 한 독자적인 콘텐츠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주목한 유통업계도 저속노화 트렌드를 반영해 잡곡, 샐러드 등을 이용한 간편식 상품을 대거 내놓는 가운데, 일부 업체는 올해 초부터 정 교수와 협업해 도시락, 샌드위치, 즉석밥 등을 출시해 눈길을 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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