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진화대, 10시간 대피교육 받고 불길 속으로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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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불진화대 964명, 대부분 광역 지원
이틀간 이론 4시간, 실습 6시간 교육이 전부
10여 년 전 지급 권고된 방염텐트 ‘언감생심’
“진화대원에 보호 장비 지급도 의무화 돼야”

지난해 경남 통영시에서 진행된 산불진화대 지상진화 경연대회 모습 . 경남도 제공 지난해 경남 통영시에서 진행된 산불진화대 지상진화 경연대회 모습 . 경남도 제공

목숨을 걸고 화마와 싸우는 산불진화대원들이 10시간짜리 이론·실무 교육을 받고 곧장 산불 현장에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안전 장비를 착용한 데다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해 희생자가 발생하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광역산불진화대는 총 964명이다. 창원이 14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산청 61명, 거창 60명, 김해·양산 59명 등 순이다. 남해가 30명으로 가장 적었다.

이들은 시군별로 10명 이내 1개 조로 편성돼 총 2개 조가 광역산불전문예방진화대로 배치된다. 지역 산불을 담당하면서 다른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현장 지원을 하는 구조다.

각 지자체는 매해 10월께 채용하는 진화대원들을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이하 협회)’에 위탁해 산불 관련 교육을 제공한다. 이틀간 산불 이론을 4시간을 듣고 나머지 6시간 동안 실습을 병행한다. 산불 예방·감시·진화·안전수칙과 장비 실습·응급 처치 등이 골자다.

2023년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산불진화대 지상진화 경연대회 모습. 경남도 제공 2023년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산불진화대 지상진화 경연대회 모습. 경남도 제공

이 과정에서 진화대원들은 10대 안전수칙도 배운다. △기상상태·예보 주시 △지형 확인 후 산불 동태 주시 △탈출로 확보 후 전파 △위험지역 감시자 급파 △차분·단호한 판단 △무선통신 확인 등이다. 대피 요령에 대해서만 교육할 뿐 위급 상황에 생명을 부지할 생존법 훈련은 없는 셈이다.

이에 협회 관계자는 “교육이라는 게 무엇이든 숙련될 때까지 받으면 효과적이다. 하지만 진화대원들은 산불 우려 시기에 기간제로 채용된 인원이라 장기교육을 제공할 환경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협회에선 진화대원들을 상대로 ‘방염텐트(천막)’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 방염텐트는 가로 110cm, 세로 190cm, 높이 85cm의 돔 모양으로 휴대 가능하다.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1500도에서 5분가량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진화대원들이 대피마저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마지막 보루다.

그러나 직접 사용해 보는 훈련 과정은 사실상 없다. 실제 텐트를 접었다가 펴면 제품 손상 우려가 있어 모형 텐트를 활용해 내부 진입 연습이 전부다. 2010년대 초반부터 진화대원들에게 방염텐트 지급이 권고됐지만 현장엔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산불진화대에 지급 물품 중 하나인 방염텐트 사진. 인터넷 캡처 산불진화대에 지급 물품 중 하나인 방염텐트 사진. 인터넷 캡처

최근 4명의 진화대원이 숨진 ‘산청·하동 산불’ 현장에도 방염텐트가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현장에 투입됐던 한 진화대원은 “산불 첫날엔 기본 장비인 마스크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고 귀띔했으며, 사망자가 발생한 진화대 같은 팀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움푹 파인 웅덩이가 있어 서로 부둥켜안고 몸을 수그려 버텼다. 진화복을 입고 모자를 썼는데도 불이 지나가면서 등과 머리가 다 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진화대의 방염 의류마저 소방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된다.

창신대 남기훈 소방방재공학과 교수는 “결국 예산 문제로 귀결되겠지만, 지자체나 산림청 소속 산불 대원들에게 개인 진화 용품뿐만 아니라 보호 장비 역시 법적으로 규정해 의무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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