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자산 부족한 잠재 고위험가구 357만…“지방 미분양 땐 더 취약”
한국은행, 27일 금융안정보고서 공개
부채 가구 30%, 소득·자산 중 하나 미흡
금융부채액은 584조 원 이상 추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상승 추세
올해 수도권 외 지역의 주택 가격이 시장의 예상대로 떨어질 경우 소득·자산 측면에서 부채 상환 능력이 부족한 지방의 취약가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시내에 부착된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올해 수도권 외 지역의 주택 가격이 시장의 예상대로 떨어질 경우 소득·자산 측면에서 부채 상환 능력이 부족한 지방의 취약가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비은행과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7일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부채 고위험가구는 지난해 3월 기준 38만 6000가구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3.2%를 차지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72조 3000억 원으로 전체 금융부채의 4.9%에 해당했다.
고위험가구는 금융부채를 안고 있는 가구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자산대비부채비율(DTA)도 100%를 초과하는 경우를 말한다. 한 마디로 소득과 자산 측면에서 모두 부채 상환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고위험 가구 수와 금융부채 비중은 2023년(3.5%·6.2%)보다 떨어졌지만, 2022년(2.6%·3.8%)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소득 또는 자산 한 가지 측면에서라도 상환 능력이 부족한 가구는 모두 356만 6000가구,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584조 3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금융부채 가구 수의 29.7%, 전체 금융부채의 39.7%에 이른다.
특히 지방의 경우 향후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부채 보유자의 자산이 줄어 상환 고위험가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됐다. 한은이 금리·주택가격 변동분과 주택가격 전망을 반영해 분석한 결과 2024년 말 지방과 수도권의 고위험가구 비중은 각 5.4%, 4.3%로 추정됐다. 하지만 올해 말에는 지방은 5.6%로 더 커지고 수도권은 4.0%로 떨어져 비중 차이가 1.6%포인트(P)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주택가격 추정은 건설산업연구원·주택산업연구원의 전망치 평균(전국 -0.75%·지방 -1.7%·수도권 +0.9%)이 사용됐다.
지역별 고위험가구 비중 변화 추정. 한은 제공.
한은은 보고서에서 “서울 등 수도권과 비교해 지방 미분양이 늘어나고 건설 경기가 부진한 지역의 경우 고위험가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부실 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관련 동향과 정부 대응의 효과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 침체 등으로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67%로 집계됐다. 특히 비은행(3.43%)과 취약 자영업자(11.16%)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게 나타났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상승한 것은 높은 대출금리, 서비스업 경기 부진에 따른 소득 감소 등으로 자영업자 채무 상환 능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실제 자영업자 평균 소득은 2022년 말 4131만 원에서 지난해 말 4157만 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수준(4242만 원)을 회복하지 못했다.
아울러 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인 차주인 취약 자영업자 차주는 지난해 말 기준 42만 7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13.7%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다중채무 자영업자가 2만 2000명 감소한 데 반해 저소득(+2만 1000명)·저신용(+4만 7000명) 차주가 각각 증가하면서 취약 자영업자 차주도 3만 1000명 늘었다.
한은은 “자영업자 소득 회복이 지연되면서 대출 연체율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며 “연체·폐업 차주에게는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조정을, 재기 희망 자영업자에게는 취업·재창업 지원 등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