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굶주림에 지친 가자지구 주민들 “하마스, 가자 떠나라”
이틀째 거리 나와 규탄 집회
3000여 명 모여 ‘테러범’ 지칭
하마스 대원 군중에 몰매 맞기도
26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야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규탄하는 반전 집회가 열려 가자 지구 주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끝없이 이어지는 고통과 죽음, 굶주림에 지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연이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규탄하는 거리 시위에 나서면서 하마스의 통제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불구대천의 원수 이스라엘과 싸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주민들에게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방식의 투쟁전술이 한계에 이른 것일 수 있어서다.
26일(현지 시간) AP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야 지역에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적지 않은 수의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하마스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목격자들은 시위 참석자들이 3000명 정도였다고 전했다.
같은 날 밤에는 가자지구 남부 핵심도시인 칸유니스로까지 시위가 확산하면서 하마스를 ‘테러범들’로 지칭하며 가자지구에서 떠날 것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2019년에도 갈수록 악화하는 경제 등에 대한 불만으로 하마스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가 구타와 감금, 고문 등 가혹한 보복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시작된 지 거의 1년 반 만에 터져나온 이번 시위에 대한 하마스의 반응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한 수준이다.
베이트 라히야 주민 아부 타메르는 “25일 시위가 시작되자 하마스 측이 이를 저지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오히려 하마스 소속 무장대원이 분노한 군중에 둘러싸여 몰매를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는 시위를 막지 못했다. 거리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다. 그들은 저항하는 주민들에 맞서 일어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지하에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땅굴 네트워크에 의존, 게릴라전을 펼치며 외부 노출을 피해왔는데 이것이 주민에 대한 통제력 약화로 이어진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