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세계인 사로잡은 ‘검은 반도체’, 돈 되는 수산업 ‘서막’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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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김 수출액 1조 4000억 원 돌파
건강식 수산품으로 세계인에게 각인
젊은 층 귀어·수산업 진출 확산 이끌어
저비용 고수익 구조로 체질 개선 과제

외국인들 사이에서 김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외국인들 사이에서 김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수산식품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김’이 떠오른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해조류를 먹지 않는 서양권에서 ‘검은 종이’(Black Paper)’로 불리며 천대받던 김이 한류 열풍과 함께 ‘비건 건강식’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인의 입맛을 빠르게 사로잡았다. 2023년에는 단일 수산식품 최초로 수출액 1조 원을 돌파하면서 ‘검은 반도체’라는 별명도 얻었고, 지난해에는 수출액이 1조 4000억 원을 돌파했다. ‘케이 김’(K-Gim) 별칭까지 얻은 김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세계적인 인기몰이로 인해 지난해 마른김 값이 ‘금(金) 값’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 여기에는 수출수요 급증 외에도 기후변화 영향도 있었다. 김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인데 지난해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일본의 김 원초 생산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도 2024년산 국내 물김 생산량이 1억 5000만 속(1속=100장)을 달성하며 2023년산 대비 생산량이 6%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격하게 늘어난 해외 김 수요가 모두 우리나라에 집중되면서 그 가격이 상승한 것이었다.

김 가격 상승에 대응해 해양수산부는 김 산업계, 학계와 함께 ‘김 산업 협의체’를 구성해 신속하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 양식장을 축구장 3800개 면적인 2700ha만큼 신규 개발을 추진했고, 수심이 깊은 먼 바다에서 김 양식 시험양식을 시도했다. 이러한 혁신적인 공급 확대 방안과 함께 생산부터 유통·가공·수출에 이르는 전 주기에 걸쳐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의 ‘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김 양식장. 정부는 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2700ha 규모의 김 양식장 신규 개발을 추진했다. 해양수산부 제공 김 양식장. 정부는 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2700ha 규모의 김 양식장 신규 개발을 추진했다. 해양수산부 제공

정부와 김 산업계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kg당 4591원까지 올랐던 물김 원초 위판가격은 김 생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올해 2월에는 kg당 1439원까지 떨어지면서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가격뿐만 아니라 김 생산량도 전년 대비 확실하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월까지 2025년산 김 생산량은 이미 작년 대비 21.6% 증가했다. 김 생산량과 시장 수요 증가에 발맞춰 마른김 가공공장 노후·영세 장비 첨단·자동화도 적극 추진 중이다. 늘어난 김 생산량은 국내 소비자에게도 충분히 공급되고, 해외시장의 수요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가격 변동에 적극 대처함으로써 김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내수와 수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수산업과 어촌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김’이 소위 돈이 된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도시로 떠났던 청년들도 다시 어촌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김 양식 면허 2700ha를 신규 개발하면서 320여 명이 양식장 면허를 새로 발급받았는데, 이 중 무려 35%가 40대 미만 청년들이었다고 한다.

청년들이 수산업 현장으로 돌아오면서 수산업 구조도 바뀌고 있다. 전남 무안 지역에서 여성 귀어인이 운영 중인 김 가공업체 ‘담미소’의 경우 귀어 직후에는 지주식 김 양식장에서 잇바디돌김 원초 생산만 하다가 가공까지 사업을 확장해 ‘도리포 곱창김’이라는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개발했다. 담미소의 성공을 지켜본 인근 양식장 어업인들도 직접 가공에 뛰어들면서 지역 수산업 구조가 바뀌고 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기후변화, 어가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지속가능성에 적색불이 켜진 우리 수산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수산업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확대되면 수산업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청년들의 수산업 진출도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다. 젊은 청년들이 우리 수산업 노하우를 학습하고, 여기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기술을 접목한다면, 고된 일자리로 여겨졌던 수산업이 편하게 일할 수 있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매력적인 일자리로 바뀌어 나갈 것으로 해수부는 전망한다. 이러한 변화는 다시 또 젊은 세대의 수산업 진출로 이어지도록 이끄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구조 전환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업계에서 보는 답은 명확하다. 비용은 줄이고, 수익은 높여 나가는 구조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영세한 수산업 경영체들의 경영 규모화가 필요하다. 경영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저비용 구조로 전환되며, 설비 투자를 통해 기계화·자동화 전환이 이뤄지면 인건비 등 비용 절감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 수산물 원물 판매를 넘어 부가가치 높은 가공, 유통, 수출 등 연관 산업까지 연계하기도 용이하다. 김 외에 다른 수산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전북 부안에 ‘봉선장’으로 알려진 젊은 꽃게잡이 선장은 직접 게장 가공, 온라인 판매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였고, 최근에는 해외시장까지 진출하면서 ‘돈이 되는 수산업’을 입증하고 있다.

4월 1일은 수산인의 날이다. 해수부 주관으로 전북 고창에서 개최되는 ‘제14회 수산인의 날 기념식’에서 올해는 특별히 수산업 미래 비전이 제시될 예정이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수산업에 대한 혁신적인 미래상이 제시되어 국민들에게 ‘수산업이 돈이 된다’, 그래서 ‘나도 수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수산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는 ‘수산인의 날’이 되기를 업계는 바라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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