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호 관세, 15개국 아닌 전 세계 부과 ‘하루 앞으로’
트럼프 “2일 모든 국가 대상 시작”
아시아·유럽 증시 일제히 급락
WSJ “저렴한 공산품 시대 끝나”
경기침체 가능성 크다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2일 발표하는 상호관세와 내달 3일부터 부과되는 수입산 자동차 25% 관세를 앞둔 3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일 발표할 예정인 상호 관세 부과 대상국이 전 세계라고 밝혔다. 10~15개 국가를 대상으로 먼저 상호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가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발 상호 관세 발표가 코앞에 다가오면서 각국이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 부과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백악관 케빈 해셋 경제 고문은 최근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초점이 무역 불균형이 가장 심한 10~15개국에 맞춰질 것이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국가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일을 ‘해방의 날’이라고 부르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규모 관세 부과 계획을 천명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알루미늄, 철강,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중국에서 오는 모든 물품에 추가 관세를 매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미국 경제를 불공정 경쟁으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이자, 더 나은 무역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보고 이를 일종의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에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인다는 점이다.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발언 이후 한국, 일본,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와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증시가 모두 하락했다.
백악관 피터 나바로 무역 고문은 “모든 자동차 수입에 대한 세금만으로도 연간 1000억 달러(약 147조 3000억 원)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예정된 관세 조치로 연간 6000억 달러(약 883조 5600억 원)를 걷을 수 있고 이는 미국 총수입 상품 가치의 약 20%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공포도 만연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라 “저렴한 공산품의 시대가 이미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보통 시간이 지날수록 물가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미국의 경우 2011년 말~2019년 말 소비자물가지수(CPI) 내 근원 상품 물가(변동성 큰 식품·에너지 제외)는 오히려 1.7%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동안 주거·보건·교육 등 근원 서비스 물가가 연 2.7% 오르며 이 2개를 합친 미국의 근원 인플레이션은 연 2% 수준으로 유지됐다.
기술과 생산성이 향상된 데다, 값싼 중국 공산품이 미국 시장에 들어오면서 전반적인 물가가 안정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품 물가가 꾸준히 올라 2023년 여름 고점을 찍었다. 이후 12월간 물가가 하락하다가 근원 상품 물가는 지난해 9월부터 월 0.1%씩 오르기 시작했다. WSJ은 수입 물가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수입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상호 관세 ‘디데이’가 다가오면서 각국의 대응이 분주하다. 지난달 30일 영국 총리실은 이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와 관련해 통화하고 “영국과 미국의 경제 번영 합의를 향한 생산적인 협상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반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와 같이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면 유럽연합(EU)은 하나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