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치슨-MSC 합병 지연… 성사 땐 부산항 물동량 촉각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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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물동량 최대 MSC
허치슨 43개 항만 지분 80%
블랙록과 인수 협상 진행
신항 부두 이용 감소 우려도

부산항의 최대 물동량을 창출하는 선사인 MSC가 허치슨홀딩스와 합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허치슨포트부산이 운영한 부산항 북항 자성대부두. 부산일보DB 부산항의 최대 물동량을 창출하는 선사인 MSC가 허치슨홀딩스와 합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허치슨포트부산이 운영한 부산항 북항 자성대부두. 부산일보DB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터미널운영사(GTO) 허치슨홀딩스의 항만 지분을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세계 2위 선사 MSC 자회사 TiL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협상이 애초 시한으로 설정한 4월 2일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환수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된 협상인데, 중국이 반독점 위반 조사에 나서면서 지연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부산항에서는 최대 물동량을 가져오는 MSC, 북항에 4개 선석을 가진 허치슨 부두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부산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허치슨홀딩스는 지난달 4일 세계 23개국 43개 항만 지분 80%를 블랙록·TiL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협상을 4월 2일까지 마무리짓는다고 발표했다. 매각 예상가격은 230억 달러였다.

지난달 28일 중국 시장규제 당국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반독점 부서가 공정 경쟁을 해치는 문제는 없는지 조사한다고 밝히면서 매각에 제동이 걸렸다.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중 갈등 관계에다 최근 불거진 미국의 고율 관세 문제까지 더해진 것으로 해외 언론은 분석했다. 중국이 이번 매각 협상을 관세 문제에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와, 최종 시한을 넘기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협상 자체가 결렬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세계 무대의 움직임과 별도로 부산항에서는 신항 1부두 운영사(PNIT) 지분 40%를 보유한 MSC가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6분의 1을 창출하는 최대 선사인 데다, 허치슨포트부산은 북항 2개 운영사 중 한 곳이어서 향후 합병이 성사될 경우 물동량 이동 가능성에도 관심이 높다.

MSC는 신항에서 1부두 운영권 일부를 보유하고, 신항 2부두와 6부두에도 물량을 풀고 있다. 지난해 MSC는 단일 선사로는 처음으로 부산항에서 연간 400만TEU 이상을 처리했다. 2440만TEU였던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허치슨포트부산은 자성대부두를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을 위해 비워주고 신감만부두 3개 선석과 감만부두 1개 선석을 운영한다.

두 회사 합병이 성사되면 MSC는 북항과 신항에 자가부두를 모두 가진 선사가 된다. 아시아권 내에서의 물동량을 주로 처리하는 북항의 특성에 맞는 화물을 자가부두로 가져와 처리하려 한다면 신항 내 다른 부두 이용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신규 터미널이 속속 개장하면서 물량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신항에 다시 한 번 ‘제살깎기’ 하역료 덤핑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MSC 선박 규모나 화물 성격에 따라 물동량이 어떻게 이동할지 업계 관계자들이 잔뜩 긴장한 채 이런저런 분석을 하고 있다”며 “부산항에서 20년 넘게 모범적으로 운영한 허치슨포트부산의 노하우가 MSC에 어떻게 전해질지도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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