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보험 의무가입 1% 미만… 부산 목조건물 안전 ‘발등에 불’
시 전체 건물 중 13.5%나 차지
이중 보험 의무가입 293개 불과
동·부산진·서구 등 순으로 많아
사찰 “보험료 높아 가입은 부담”
지난달 26일 경북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 내 대전사에서 관계자들이 주왕산에 번지는 산불로부터 사찰을 보호하기 위해 미리 물을 뿌리는 예비 중수 작업으로 분주하다. 연합뉴스
영남권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로 목조건물 피해가 다수 발생했지만, 목조건물은 보험 가입이 어려워 화재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부산의 목조건물 중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되는 건물은 1%도 채 되지 않는데, 목조 건축물에 불이 나 막대한 피해가 개인에게 떠넘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시 전체 건물 34만 7238동 중 목조건물은 4만 7021동으로 13.54%를 차지한다. 구·군별로 보면 동구 8517동, 부산진구 7605동, 서구 7067동, 영도구 4973동, 강서구 2994동 등이다.
화재보험법상 연면적 1000㎡가 넘는 국유·공유 건물이나 연면적 2000㎡가 넘는 학원 등도 화재보험 가입 대상인데, 목조건물 중 다중이용업소로 등록돼 영업 신고 시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되는 건물은 293개 동으로 0.62%에 불과하다. 부산 내 5만여 동에 가까운 목조건물은 보험이라는 안전장치 없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목조 문화유산도 다수다. 국가유산청의 ‘2024 목조 문화유산 화재보험 가입률’에 따르면,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목조 문화유산은 234건이다. 이 중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유산은 146건으로 62.4%에 이른다.
화재보험마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목조건물이나 문화유산이 불에 타면 피해 복구 등도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산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초비상이 걸렸다. 1980년대 후반 임하댐 건설로 이사하는 아픔을 겪었던 안동의 옛 서당과 고택도 화마를 이기지 못했다. ‘천년 고찰’ 의성 고운사의 보물도 화마에 무너져 내렸다.
국가지정유산 가운데 국·공유 목조 문화유산은 국유재산법에 따라 화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지만, 개인이나 단체가 소유한 사유 문화유산은 이를 강제할 규정이 없다. 사유 문화유산의 경우 지난해 8월 기준 국보는 15건 중 4건인 26.7%만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보물은 182건 중 47건인 25.8%만 화재보험을 들어놓은 상태다.
부산의 한 사찰 관계자는 “부산 사찰 대부분이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며 “목조건물이라는 이유로 보험료가 높게 책정돼 1년에 300만 원 수준인데, 별다른 수입이 없는 사찰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목조 별장과 ‘숲세권’이 유행하며 건축물 화재가 산불로 번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이창우 교수는 “해외의 경우 산림 근처 건물은 외장재와 지붕 불연재 사용, 산림과 이격 거리 확보, 건물 외부에 살수 장치 마련 등을 하도록 하는데, 우리나라도 건축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며 “목조건물 특성상 화재가 발생하면 30분 내에 전소되는 만큼 화재 시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화재보험에 적극적으로 가입하고 목조건물 내에 자체 소방 설비를 마련하도록 권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