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부산항 물동량엔 ‘악재’ 수산물엔 ‘호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동향보고서
수출입·환적 물동량 모두 감소
항만인프라 생산기지 전환 필요
수산물은 중국산 대체 효과 예상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며 벌어지는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항만 물동량이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항만 배후단지를 생산기지로 전환해 글로벌 제조 수요를 유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의 해양수산업 영향 분석과 대응방안’ 동향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일 밝혔다. 보고서는 트럼프 2기 관세정책이 해양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야별로 분석하고, 현시점에서 고려할 수 있는 여러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작성됐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트럼프 1기의 관세정책이 일부 품목에 한정돼 영향이 미미했던 것과 달리, 2기에서는 보편관세 부과로 인해 전 세계적인 교역이 위축됨에 따라 항만의 물동량의 증가 속도가 더디거나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0.74~0.92%포인트(P)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출입 물동량 증가율은 0.80~0.99%P, 환적의 경우는 0.59~0.73%P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관세 증가로 공급망 비용이 상승하게 되면, 제조업의 수익성이 약화되고 투자가 축소된다. 이에 제조업의 생산이 감소되면 경제성장도 악영향을 받으면서 전체적인 항만 물동량 감소로 이어진다는 게 연구진들의 설명이다.
KMI 측은 물동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2위의 환적 물량을 소화하고 있는 부산항의 항만 인프라를 생산기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KMI 관계자는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노력보다 부산항 등 우리나라 주요 항만의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며 “항만배후단지를 확대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기지로 전환하고, 이곳에 글로벌 제조 수요를 유치한다면 중장기적인 공급망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편관세 시행으로 수산업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중국산 수산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국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김, 오징어, 굴(가공제품) 품목을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할 경우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KMI 연구진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로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업체의 부담이 증가할 수는 있으나 중국산 물량을 대체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에 우리나라 수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중국시장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수산 품목과 겹치는 품목이 적어 수출 확대 효과는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산 수산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른 수입국을 찾고 있다.
KMI는 미국 시장 내 중국 수산물 가격 경쟁력이 낮아짐에 따라, 미국 수산물 마케팅을 강화하고 검역 기준 변화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수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MI 측은 “미국의 높은 위생 조건과 검역 기준 변화에 대비해 사전에 정보를 수집하고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