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복지와 의료가 협업하는, 돌봄의 미래를 닦겠습니다” 안혜경 부산돌봄 이사장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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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호 자활기업인 서비스센터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변신
돌봄과 나눔의원 개원 의료 서비스
방문 진료도 조만간 시작할 계획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한 거리 모퉁이에 세워진 회백색 벽돌의 건물. 행인들은 새로 개업한 카페나 공공에서 지은 시설인 줄 알지만, 이곳은 부산 1호 자활기업이었던 부산돌봄사회서비스센터가 ‘부산돌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새출발하며 둥지를 튼 곳이다. 건물의 이름은 ‘부산돌봄 빌딩’. 의료를 결합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원과 건강검진센터도 입점했다.

지난달 18일 이곳에서 취재진을 만난 부산돌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안혜경 이사장은 돌봄을 잘하기 위해서는 의료와의 협동이 필수라고 밝혔다. 안 이사장은 “돌봄 전문 사회적기업에서 20년간 활동하다 보니 ‘이게 정말 돌봄의 전부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돌봄은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하고, 높은 질의 돌봄을 제공하려면 의료적 소양이 분명 필요하다. 그동안은 병원에 모시고 가거나 약을 챙겨드리는 정도에서 그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어떤 처방을 받았고 일상에 어떤 것을 주의하거나 무엇을 참고해야 하는지와 같은 여건이 전혀 마련되어있지 않았다”며 “사회복지는 복지대로, 의료는 의료대로만 이뤄지는 구조 속에서 돌봄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부산돌봄은 2023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았고, 지난 3월에는 ‘돌봄과 나눔의원’을 개원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의원은 5대 암 검진까지 가능한 건강검진 기기를 갖추고 있다. 조합은 방문 진료도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본격적으로 새 체제에 돌입한지 불과 1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의료와 돌봄의 협업이 빛을 발한 사례는 벌써 나오고 있다. 최근엔 한 홀로 어르신이 복수가 차 진찰이 필요하다는 보호사의 요청에 돌봄과 나눔의원 의사가 직접 어르신을 찾아 상태를 살펴봤고, 이후 설득을 통해 정밀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어르신은 암 말기 상태였고, 수술적 치료보다는 남은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게끔 하는게 좋다는 권유에 따라 돌봄이 이뤄지고 있다.

안 이사장은 “어르신들은 건강기능식품만 여러가지를 드시면서 병원 진료는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이번 어르신도 암인줄 전혀 모르고 시간만 지나가다 어르신이 돌아가시게 됐다면, 보호사도 어르신도 굉장히 불행한 시간이 됐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례를 보면서 우리가 하려던 게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힘들었지만 잘한 선택이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내년 3월부터는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이 시행되면서 전국에서 의료와 복지가 결합한 통합돌봄이 시작된다. 최대한 본인이 사는 집과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제공받으면서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생활하는 체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것이다. 부산돌봄은 부산에서 의료와 복지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는 사실상 최초이자 유일하다.

안 이사장은 “앞으로는 지역사회의 돌봄 문제를 공동체가 함께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앞으로 부산돌봄은 총체적인 돌봄 제공이 가능하도록 민간에서 지지하고, 흩어진 자원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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