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진에어 양대 허브 제안… “꼼수 쓴다” 후폭풍
정치권, 소재지 이전에 그칠라
‘부산’은 이름만 남을 우려도
신규 노선 확대할 유인 사라져
산은이 진에어 양대 허브 전략을 한진그룹에 제안했다. 진에어 제공
산업은행이 ‘진에어 양대 허브(인천공항+부산공항)’ 전략을 한진그룹에 제안한 사실을 드러나면서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에어부산을 흡수통합하는 진에어가 인천공항을 허브공항(모항)으로 유지할 경우 부산의 ‘거점항공사’가 될 수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부산시의 통합LCC(저비용항공사) 본사 유치 전략이 ‘진에어부산’ 등의 방식으로 상표권에 이름만 남긴 채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산은이 한진그룹에 LCC 3사(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통합과 관련, “인천, 김해(가덕신공항 포함) 양대 허브 운영”을 제안한 사실이 드러나자 부산 정치권에서는 즉각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실은 이날 산은 관계자를 국회로 불러 양대 허브 전략을 강하게 질타했다고 밝혔다. 곽 의원 측은 “통합LCC 본사 이전이 법인 소재지 이전에 그치지 않고 부산 거점항공사로의 변환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면서 “본사 직원과 항공기가 모두 부산으로 오는 ‘허브 이동’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산은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산은 측은 이날 ‘인천·부산 양대 허브’ 전략에 대해 부산시의 요청사항이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그러나 부산시가 ‘가덕신공항 건설 이후 부산으로 통합LCC 허브 이전’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산은이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 곽 의원 측은 “산은의 보고 누락을 강하게 질타했고 앞으로 부산시와 한진그룹 사이에서 산은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야당에선 양대 허브 전략이 꼼수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의 시정평가대안 특별위원회 최인호 위원장은 이와 관련, “인천공항을 통합LCC의 허브공항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수도권 중심 항공사로 두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부산의 거점 항공사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산시 측이 “에어부산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져 ‘부산’이라는 이름만 남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진에어는 2021년 2월 ‘진에어부산’이라는 상표를 출원해 현재 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진에어 양대허브 정책으로 통합LCC 부산 유치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본사 주소지가 부산이 되더라도 실제로 인천공항에서 ‘수도권 중심 영업’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진에어는 에어부산에 비해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노선이 3.6배 많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에어부산은 인천공항 출도착 국제선이 574편이었지만 진에어는 2076편에 달했다. 특히 진에어는 지난 3월 인천공항 출도착 국제선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해 인천공항 중심의 영업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진에어가 통합LCC의 중심이 되면 부산발 국제선은 신규 노선을 확대할 유인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LCC는 부산발 일본 3개 노선의 슬롯 일부를 다른 항공사에게 양도해야 하는 상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 심사와 관련 일본 경쟁당국 공정취인위원회(JFTC)는 부산 3개 노선(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에 대해 다른 항공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통합 LCC가 슬롯을 일부 양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