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읽기] 소농두레 운동에 평생을 바친 천규석 산문집
■사람들은 어디 갔노, 청산만 날 부르네/천규석
천규석, <사람들은 어디 갔노, 청산만 날 부르네> 책 표지.
2011년 3월부터 2013년 2월까지 100명의 인물을 인터뷰한 <부산일보> 연재물 ‘人+間’은 당시로선 드물게 2개 지면을 활용한 와이드 기획이었다. ‘人+間’ 89번째 주인공이었던 천규석 선생은, 농사보다 공부를 더 좋아하고, 소위 서울대까지 나온 놈이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더욱더 주목받은 인물이다.
그러나 그 ‘옹골찬 농사꾼’ 천규석 선생도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어느덧 80대 후반에 이르러 지나온 자신의 삶을 갈무리하면서 후손들에게 꼭 남겨주고픈 이야기를 산문집으로 엮었다. 무려 854쪽에 이르는 아주 두꺼운 책 <사람들은 어디 갔노, 청산만 날 부르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책은 부산의 도서출판 전망에서 나왔다.
“이 책은 자서전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유언집도 아니다.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쓴 잡문들이다. 그럼에도 못나도 버릴 수 없는 자식처럼 내 생전에 아이들에게 남기는 유언집이 될지 아니면 내가 스스로 묶어 내다가 유고집이 될지도 모르겠다.”
선생의 ‘아픈 손가락’ 가족 이야기를 포함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됐다. 제1부는 ‘나는 소농두레(농본공동체)연합주의자다’, 제2부는 ‘농본민주주의는 살고 포장주의는 가라’, 제3부는 ‘나는 소수파·보편주의자로 살다 간다’이다.
선생은 소농두레(농본자치) 운동에 일생을 바쳐온 농본사상가이자 생태운동가이다. 1938년 경남 창녕군 영산면에서 태어난 그는 영산농업고등학교·서라벌예술초급대학 문예창작과·서울대학교 문리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한살림 초대 이사로 시작해 대구한살림 설립에 동참했으며, <쌀과 민주주의> <천규석의 윤리적 소비> <돌아갈 때가 되면 돌아가는 것이 진보다> <소농 버리고 가는 진보는 십 리도 못가 발병난다> 등을 저술했다. 천규석 지음/도서출판 전망/854쪽/4만 6000원.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