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한국판 '레그레사' 가능할까
새 책 '지방소멸, 세계를 가다'
<지방소멸, 세계를 가다> 책 표지. 다락방 제공
저출생과 지방소멸. 세계 많은 나라들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숙제다. 그러나 저자는 지방소멸이 숙명적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와 유럽 국가들은 지역의 축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부터 차이가 있다는 것. 지역의 인구 감소를 ‘소멸’로 보는 우리와 달리 프랑스에서는 ‘사막화’나 ‘변방화’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지방소멸이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 용어가 가진 강한 위화감의 문제를 지적한다. 소멸의 지표로 가임기 여성 인구 비율을 사용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고, 인구 유출이 멈추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소멸 가능성 도시의 수를 추계하는 것도 억지스럽다는 것이다. 저자는 학문적으로 아직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지방소멸이라는 용어 대신 지역의 ‘과소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유럽과 북아메리카, 아시아 등 11개 국가의 지방소멸 현상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사례를 소개한다. 예를 들어 스위스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인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외국인들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외국인 비율은 유럽 국가 중 가장 높고, 스위스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 스페인에선 지역 정당 창당 붐이 일었는데, 이는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는 스페인 기존 정당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포르투갈은 해외로 떠난 국민들을 포르투갈로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레그레사’(귀환)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저자는 한국만큼 세계 곳곳에 디아스포라(이주자 집단)가 흩어져 있는 나라도 없다며 외국인을 불러들여 위기를 돌파하는 것 만큼 ‘레그레사’와 같은 정책을 장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인숙 지음/다락방/256쪽/2만 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