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성보박물관 '대자대비'로 현대사회에 '희망' 전한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大慈大悲'
특별기획전 8월 말까지 개최

특별기획전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大慈大悲'.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특별기획전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大慈大悲'.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부산 금정구 범어사(주지 정오스님)가 현대사회의 힘겹고 무거운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전시회를 마련했다.

범어사는 오는 8월 말까지 범어사 내 성보박물관에서 특별기획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자대비(大慈大悲)’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회의 대표 유물은 조선 후기에서 근대까지 사용해온 범어사 현판이다.

‘1부 고해, 고뇌의 바다’는 거센 폭풍우 치는 바다를 고요하게 가라앉힌 역사적 순간들을 통해 내 눈 앞의 높은 파도를 잔잔한 물결로 바꿔놓고, 결국 평화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는 믿음을 선사한다. 광복80주년을 기념하여 독립운동가 동농 김가진의 ‘금어선원’ 현판, 해강과 죽농의 ‘범어사’ 현판 등을 최초 공개한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사명대사 진영’과 함께 261년만에 이루어진 조선통신사선의 오사카 행 뱃길재현의 여정이 담긴 영상을 소개한다. 바다를 건너 돌아온 우리 문화유산 ‘극락암 칠성도’도 소개된다. ‘극락암 칠성도’는 2015년 금정총림 범어사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함께 스위스 취리히에서 진행된 경매로 환수된 문화유산이다.

‘2부 항해, 망망대해 반야선에 올라’에서는 거친 파도를 헤치며 끝까지 항해할 수 있는 지혜와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를 풍류로 바꾸어줄 깨달음을 찾는 여정에서 범어사로 안내한다. 일제강점기 유리건판 사진에서 확인되는 ‘조계문’, ‘보제루’ 현판, 원효암의 ‘제일선원’, ‘무량수각’ 등의 현판이 전시된다.

‘범어사 백의관음보살도’는 깨달음을 찾는 여정에서 마주한 관세음보살로 깎아지른 절벽과 일렁이는 해수면을 배경으로, 어떤 파도를 만나도 흔들리지 않고 고요한 바다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한다.

‘3부 그리고 평화, 파랑새를 찾다’에서는 깨달음을 구하기 위한 선재동자가 가르침을 청했던 관세음보살의 분신인 파랑새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범어사 대웅전 ‘영산회상도’는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가 제자들과 청중들이 모인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는 불화이다. 전시는 망망대해 바다 위에서 길을 잃은 중생들이 고요한 산사에서 조계문, 천왕문, 불이문을 지나며 인생의 고뇌를 내려놓고, 보제루를 지나 부처님의 세계에 들어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현주 성보박물관 부관장은 “현판은 역사성과 예술성 뿐만 아니라 건물의 성격과 기능, 사찰이 지향하는 정신적 가치를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라며 “대자대비의 공간, 천년고찰 범어사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우징의 '무거운 가방'.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우징의 '무거운 가방'.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현대 작가들의 작품도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이다. 커뮤니티 아티스트 김정주, 조각가 우징이 함께 했다.

김정주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와인 코르크, 병뚜껑 등 이전에는 중요했지만 이젠 소용없다고 버려진 물건들을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 시켰다. 우징의 ‘무거운 가방’은 철로 만든 여행용 가방으로 고행길을 대변한다.

8월 31일 토요일까지 전시. 범어사 성보박물관 상설전시관. 성보박물관 홈페이지(www.beomeomuseum.org) 참조.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