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자기주도 학습은 자기주도 생활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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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숙 부산교사노조 교육협력 국장

자기주도 학습은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실천하며, 그 결과를 평가하는 능력이다.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자신이 판단하고 실천하는 힘은 모든 부모가 자녀에게 기대하는 바이며, 모든 교사가 학생에게 길러주고자 하는 핵심 역량이다.

그러나 이런 자기주도 학습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전략을 제시하지만, 초등교사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기주도 생활’이다. 초등교육은 학습의 주도권이 부모로부터 아이에게 옮겨지는 중요한 시기다. 학습 또한 생활의 일부라는 점에서, 생활을 스스로 책임지는 아이가 공부도 스스로 할 수 있다.

요즘 초등학생들 중에는 자기 물건을 스스로 챙기지 못하거나, 책상 서랍이나 사물함 정리조차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물통이나 준비물을 부모가 챙겨주지 않으면 깜빡하기 일쑤이며, 공동체 생활의 기본인 자리 청소조차 자신의 일로 여기지 않거나 귀찮아하며 소홀히 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생활 속 작은 일들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면, 학습에서도 누군가의 지시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태도로 굳어질 수 있다.

빨래를 개거나 방을 청소하고, 식사 준비를 돕는 등 가족이 함께 분담하는 집안일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자기 삶을 책임지는 훈련으로 작용한다. 하교 후 수저와 물통을 제자리에 두고 다음날 필요한 준비물을 챙기는 일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일상 루틴을 스스로 관리하는 중요한 연습이 된다. 이런 습관이 몸에 배면 주어진 일을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자녀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아이가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습관부터 길러주는 것이 우선이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내 생활을 내가 책임진다’는 원칙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스스로 책임지고 꾸준히 해나가는 일들이 많아질수록, 아이는 공부도 자신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하게 된다.

자기주도 학습은 단지 ‘공부를 잘하는 법’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가는 법’의 연장선에 있다. 아이들은 통제나 간섭이 아닌 실천과 반복을 통해 배운다. 일상의 다양한 장면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경험이 필요하다. 물론 많은 실수를 할 것이다. 그래도 그 과정을 견디고, 기회를 줘야 한다. 자녀를 믿을수록, 아이는 그 믿음에 걸맞은 성장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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