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사회 지탱하는 '첫차 일꾼'들의 안부 인사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 6411의 목소리


책을 집어 드는 순간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라는 신문 제목이 떠올랐다. 6년 전 한 서울 지역 신문의 산재 사망자 통계 기사에 달렸던 제목이다. 그때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휴식이나 해방을 떠올리게 하던 단어 ‘퇴근’은 어느 순간 ‘안부’나 ‘안녕’으로 바뀐 듯하다.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는 다양한 노동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예순 명의 안부 인사를 그러모은 책이다.

책에선 아파트 경비 노동자나 택배 노동자, 환경미화원은 물론이고 만화 칼럼니스트나 연예인 매니저처럼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직종까지 다양한 이들이 나와 조곤조곤 그들의 직업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때론 화를 내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호텔방을 청소하는 룸메이드는 이모도 여사님도 아니라고 항변하고 렌털가전제품 방문점검원은 정작 직원 케어엔 관심이 없는 회사를 성토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가족이나 화재 사고 노동자 유가족, 팔레스타인 난민, 미얀마 민족통합정부 한국대표부 노무관 등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고통의 기록을 꺼내 보인다.

예순 명에 달하는 필자는 ‘6411의 목소리’로 불린다. 고 노회찬 의원의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언급한 새벽 첫차 6411번 버스에 몸을 싣고 일터로 가는 이들을 상징한다. 지난해에 나온 <나는 얼마짜리입니까>에 이은 ‘6411의 목소리’ 두 번째 단행본이다.

평소 무심하게 지나쳤거나, 알고도 모른 척한 ‘첫차 일꾼’들의 진솔하고 용기 있는 이야기는 안부 인사인 동시에 묵직한 질문이기도 하다. 6411의 목소리 지음/창비/316쪽/2만 원.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