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저출생, 예측 불가능한 것에 투자하지 않는 사회 탓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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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우리는 무엇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베스트셀러 <바보의 벽> 저자 요로 다케시 신작


신간 <우리는 무엇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표지. 김영사 제공 신간 <우리는 무엇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표지. 김영사 제공

도쿄대 명예교수이자 해부학자인 요로 다케시의 신작이다. 요로 교수는 일본에서만 100쇄를 돌파, 450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바보의 벽>으로 유명한 저자이기도 하다. 올해 88세인 그는 “여든을 넘어 인생을 돌아보니 나는 알고자 했으나 결국 알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정보가 넘쳐 나는 현대사회에서 진짜로 아는 것은 “자신이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교양은 말 그대로 몸에 익히는 것이고, 지식이 늘어도 행동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꼬집는다.

자연을 없는 것처럼 취급하거나 환경을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바깥 세계로만 인식하는 ‘도시화’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도시에선 빈 터의 나무는 사회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평가하고, 오로지 매매 가능한 것만 존재한다고 인식한다. 저자는 저출생 문제도 여기서 발생한다고 본다. 아이의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어느 정도 투자해야 적당할지 계산할 수도 없다.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망나니가 될지도 모른다. 현대사회에서 셈 빠른 사람들은 예측 불가능한 것에 투자하지 않는데, 그러니 자연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없는 것’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정보화사회에서는 숫자가 사실로 치환되고, 나라는 존재 자체보다 나를 증명할 신분증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저자가 자주 가던 은행에서 자신을 아는 직원이 본인 확인 서류를 요구할 때 느낀 난처함을 서술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현재 세상에서 본인은 ‘노이즈’(noise)이고, 당사자라는 정보만 있어도 된다고 하는 지적하는 부분은 신랄하기까지 하다. 요로 다케시 지음·최화연 옮김/김영사/228쪽/1만 7800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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