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로 형상화한 설치와 조각으로 여는 개인전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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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RORA–순간을 기억하는 영원’
박현주 교수, 부산대 부임 후 첫 개인전
24일까지 금정문화회관 금샘미술관

박현주, ORIGIN 시리즈 중에서. 김은영 기자 key66@ 박현주, ORIGIN 시리즈 중에서. 김은영 기자 key66@

‘오로라를 조각한다’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오로라’라는 단어에는, 꿈꾸는 듯한 몽환적 풍경과 함께 낭만이 떠오른다. 기체와 충돌할 때 발생하는 초록색, 붉은색, 푸른색이라는 빛의 파장을, 조각으로는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다.

부산대 예술대학 미술학과 조소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인 박현주 작가가 지난 13일부터 오는 24일까지 ‘AURORA–순간을 기억하는 영원’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열고 있다. 박 작가가 3년 만에 여는 14번째 개인전이면서, 2년 전인 2023년 9월 부산대에 부임한 뒤 처음으로 선보이는 외부 전시이다.

박현주, LINE OF MEMORY 시리즈 설치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박현주, LINE OF MEMORY 시리즈 설치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장 내 아크릴 수조에 비친 영상 그림자.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장 내 아크릴 수조에 비친 영상 그림자.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장인 부산 금정구 금정문화회관 내 금샘미술관 1전시실에 들어서자 거대한 팬플루트를 연상시키는 설치 작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은은한 색조가 특색인 오동나무로 만든 세로형 판재 712개를 3m 높이로 수직 연결해 물결치는 느낌을 연출했다. 흡사 오로라의 ‘빛 주름’ 같은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그 공간에는 팬플루트 선율이 흐르고 있다. 가끔은 섬광이 번쩍이듯, 크리스털 조각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합성한 사운드로 신비로움을 더했다.

옆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물이 가득 찬 까만색의 아크릴 수조가 바닥에 설치돼 있다. 그곳에 비치는 영상은 작가가 직접 만들었으며, 또 다른 오로라이다. 환영 같은 실물이다. 이 두 가지는 박 작가의 ‘라인 오브 메모리’(LINE OF MEMORY) 시리즈이다. 1전시실엔 또 다른 시리즈 ‘오리진’(ORIGIN) 1점도 전시된다. 변화무쌍한 오로라의 움직임을 마치 커튼의 주름처럼 표현한 목조각 작품이다. 목판의 평면을 아주 세련된 수작업으로 깎아서 만든 부조인데, 나이테를 고스란히 살려서 시간의 흐름이 전해진다.

박현주, FLOW 시리즈 중에서. 김은영 기자 key66@ 박현주, FLOW 시리즈 중에서. 김은영 기자 key66@
박현주, FLOW 시리즈 중에서. 김은영 기자 key66@ 박현주, FLOW 시리즈 중에서. 김은영 기자 key66@
박현주, SYMBOL 시리즈 중에서. 김은영 기자 key66@ 박현주, SYMBOL 시리즈 중에서. 김은영 기자 key66@

2전시실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플로우’(FLOW) 시리즈가 등장한다. 목판에 평면을 깎아 ‘빛의 주름’을 표현하되 수직 빗살무늬가 더해졌다. ‘오리진’ 시리즈보다 더 내추럴하면서도 감각적이다. 이와 함께 전시되는 ‘심볼’(SYMBOL) 시리즈는 FRP 작업이다. 이번엔 색깔을 좀 넣었다. 부조 형식의 조각을 넘어서 삼차원 공간을 구성한다. 찰랑거리는 아이 치마 같기도,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태양 빛 같기도 하다. 작가의 여러 가지 기억을 상징화했다고 한다.

실제 오로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박 작가는 “제게 오로라란 생명 에너지를 조각으로 새기는 순수 기억”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로 정작 자신에게 집중하던 시간이 적었던 만큼 이번 전시는 “조금은 허했던 부분을 해소한,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작가의 작업 과정이야말로 스스로 던진 화두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리라 싶었다.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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