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잭팟’ 터지나… 한화오션 CPSP 수주 기대감 ‘들썩’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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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해군 잠수함 프로젝트
독일 TKMS와 결선 그룹 포함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최대 6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2곳으로 압축된 최종 결선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한미 조선협력 본격화로 굳게 닫혔던 북미 시장 진출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한화오션이 한국 대표로 잠수함 수출 ‘새역사’을 쓰며 캐나다에서도 ‘K해양방산’ 낭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한화오션은 26일 CPSP 숏리스트(Short List, 적격후보)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CPSP는 1998년 영국 해군으로부터 도입한 2400t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3000t급 최신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한화오션을 비롯해 프랑스 나발 그룹(Naval Group), 스페인 나반티아(Navantia), 스웨덴 사브(Saab),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 등 유럽의 대표 방산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중 한화오션과 TKMS가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화오션은 이번 사업에 현존 디젤 추진 잠수함 가운데 최강의 작전 성능을 가진 3000t급 ‘장보고-Ⅲ 배치(Batch)-Ⅱ’를 제안했다.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공기가 필요 없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고 최대 7000해리(약 1만 2900km)를 운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태평양은 물론 대서양, 북극해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영역에서 운용할 수 있어 캐나다 해군 작전환경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탄도미사일(SLBM) 발사가 가능한 수직 발사관을 보유하는 등 비대칭 억제 전략을 펼칠 역량도 갖췄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의 상품성은 물론 빠른 납기 역량과 검증된 잠수함 솔루션, 현지화 전략 등으로 캐나다 해군의 호평을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잠수함은 계약 체결 이후 납품까지 보통 9년여가 걸리지만 이를 6년으로 단축할 자신이 있다”면서 “현지에 운용, 유지·정비(ISS) 센터도 짓는 등 사업 수주를 위해 모든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밥콕 인터내셔널 그룹의 데이비드 락우드 총괄 회장 일행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한화오션 정승균 특수선해외사업단장으로부터 장보고-III 잠수함 개발 배경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밥콕 인터내셔널 그룹의 데이비드 락우드 총괄 회장 일행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한화오션 정승균 특수선해외사업단장으로부터 장보고-III 잠수함 개발 배경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앞서 한화오션은 캐나다 잠수함 수출 시장과 현지 군수지원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1월 영국 밥콕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또 캐나다 보안·해양방산 분야를 대표하는 기술 선도 기업인 CAE, BlackBerry, L3 Harris MAPPS를 포함한 다수의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CPSP 수주를 위한 담금질을 이어가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추가 사업자 평가를 거쳐 이르면 내년께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사회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수주 성공 시 계약 총액은 60조 원 상당으로 예상된다. 잠수함 건조와 운영·유지·보수를 아우르는 패키지 구성이다.

계약 규모만 놓고 보면 한화오션 연간 매출 5년치를 합친 수준으로 역대 최대가 된다. 한화오션 지난해 총 매출은 10조 7760억 원, 수주금액은 89억 8000만 달러다.

이를 통한 지역 경제 낙수효과도 상당하다. 경남은 물론 인접한 부산까지 동남권에 자리 잡은 연관 기자재·부품 생산업체만 1000여 곳에 달한다.

지역 상공계 관계자는 “성사되면 그야말로 초대박”이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결과를 지켜봐야할 듯 하다”고 말했다.

이번 CPSP 숏리스트 진입은 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폴란드, 중동 등에 대한 수출 경쟁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르면 연내 사업자 선정에 착수하는 폴란드의 경우,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인 캐나다를 주목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폴란드는 해군 현대화 사업 중 하나로 ‘오르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잠수함 3척을 새로 도입한다. 유지·보수 등을 포함하면 사업 규모는 최대 8조 원에 달한다.

한화오션은 독일, 프랑스, 스웨덴, 스페인 등 유럽의 잠수함 강호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정승균 해외사업단장(부사장)은 “한화오션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해군은 물론 국회 등의 지원 속에 ‘원팀’으로 CPSP 사업 수주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면서 “이번 숏리스트 선정이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캐나다 양국 간 경제·산업 분야는 물론 해군 협력까지 강화할 수 있는 CPSP 사업에서 정부, 국회 등과 함께 사업 수주라는 ‘유종의 미’를 반드시 거두겠다”고 강조했다.

‘MSPO 2024’ 한화 전시장을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한화오션 관계자들로부터 장보고-III 잠수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MSPO 2024’ 한화 전시장을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한화오션 관계자들로부터 장보고-III 잠수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한편, 한화오션은 잠수함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초’ ‘최고’ ‘유일’의 기록을 모두 보유한 명가다.

1993년 국내 최초 전투 잠수함 건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한국 해군 전투잠수함(장보고-I, II, III) 모든 선종을 건조한 유일한 조선사다.

2006년과 2017년, 2021년에는 각각 △해외 잠수함 창정비 △세계 5번째 잠수함 수출 △세계 8번째 잠수함 원천기술 확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여기에 3000t급 이상 중형잠수함도 독자 개발했다.

자체 기술력으로 중형잠수함을 개발한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인도, 러시아,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뿐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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