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 있었지만, ‘문서’는 없는 한미 회담…‘디테일’ 우려는 여전
성공적 평가 다수지만, 트럼프 말 담보할 합의 문서 없어
수시로 말 바꾸는 트럼프 입에 구두 합의 뒤바뀔 우려 있어
대미 투자, 전략적 유연성 등 실무회담서 뇌관 부상 가능성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성공적’이라는 대체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실제 국익 실현의 관점에서 과연 우리가 확실히 ‘승점’을 올린 게 맞느냐는 논란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의 성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동성명이나 공동선언문 등 공식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양 정상의 구두 논의가 구속력을 갖출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 변화나 유불리에 따라 말을 바꾸는 사례는 쉽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사례를 보면 한미 정상이 첫 양자 회담을 한 뒤 공동성명이나 선언문을 따로 발표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전임 윤석열, 문재인, 박근혜 대통령 당시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공통적으로 공동성명 또는 공동선언이 나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이뤄진 일본, 인도, 이탈리아 등 주요국 정상과의 양자회담에서도 빠짐 없이 공동 성명이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폭탄 발언’을 수시로 터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이번 정상회담 성과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케미’를 만드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후속 협상에서 미국의 ‘진짜 청구서’가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쌀과 소고기 시장 개방, 대미 직접 투자 확대 요구 및 한미동맹 현대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의 쟁점 사안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언제든지 양국 관계의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 정부는 반도체·의약품 등과 관련해 ‘품목별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MFN)’를 미국 측이 약속했다고 하지만, 미국 측이 이를 공신력 있는 문서로 확약한 바 없다. 트럼프 정부가 요구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역시 이번 회담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아 실무 협상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자임한 북미 대화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기 위해 해소해야 할 장애물도 여전하다. 27일 북한의 첫 반응은 부정적이었고, 북러 간 밀착 등 국제 정세도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이 미국에 앞서 취임 후 첫 양자 회담 방문지로 일본을 택해 “가치·질서·체제·이념에서 비슷한 입장을 가진 한일 양국이 어느 때보다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한일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이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는 한일 관계 발전을 통해 한미일 협력을 추동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한미동맹 역시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인 것이다. 다만 이번 일본 순방에서 과거사 문제를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민감한 숙제를 미뤄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