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휴가 가세요’ 공문까지… 예산난에 연가보상비 줄이겠단 부산 지자체
사하구청, 7월 전 직원에 공문
보상비 예산 3억 원 절감 목표
고연차 공무원 당혹감 내비쳐
구청 “전체 사업 예산 절감 중”
부산 사하구청 청사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기초지자체가 연가보상비를 절감하고자 일선 공무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휴가 사용을 권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 절감을 이유로 공문까지 보내 휴가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무원들은 보상비로 대체할 수 있는 휴가를 강제로 사용해야 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28일 부산 사하구청에 따르면 지난 7월 휴가를 적극 사용해 달라는 취지의 내부 공문이 구청 전체 직원에게 배포됐다. 구 재정이 어려워 올해 연가보상비 지급 일수가 조정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연가보상비는 사용하지 않은 휴가 대신 지급하는 급여로 공무원들은 연가보상비를 최대 20일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공문에는 보상비 지급 일수가 15일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담겼다.
구청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휴가를 권장하는 공문까지 보낸 이유는 구청의 예산 부족 때문이다. 구청에 따르면 상반기 연가보상비 예산 5억 원 중 남은 금액은 약 1억 5000만 원이다. 공무원은 매년 7월 연가보상비를 최대 5일까지 미리 받을 수 있는데, 3억 5000만 원이 앞서 사용됐다. 남은 연가보상비는 12월에 신청할 수 있다.
사하구청은 하반기 중으로 추가 예산 약 7억 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예산 8억 5000억 원 중 최대 3억 원을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6급 공무원의 1일당 연가보상비는 12만 원 상당인데, 3억 원을 줄이려면 6급 공무원 500여 명이 5일씩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그동안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아껴왔던 일선 공무원들은 당혹감을 내비쳤다. 통상 휴가 사용을 장려하는 분위기는 종종 있으나 공문으로 휴가 사용을 요구하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게 공무원들 설명이다. 사하구청 한 직원은 “휴가를 쓰라는 말은 서로 주고받은 적 있지만 공문으로 휴가를 권장받은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특히 연가보상비를 ‘13월의 월급’처럼 받았던 고연차 공무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200만~3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이 최대 25%나 깎일 수 있어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하구지부 관계자는 “5~6급 정도 고연차 공무원들은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휴가를 사용하지 않아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그간 사하구청이 지급한 20일의 연가보상비는 관례 차원이었기에 아직 노조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하구청은 구 전체 예산 절감에 연가보상비도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하구청 총무과 관계자는 “올해 사하구 예산이 8000억 원 정도인데 사업마다 조금씩 예산을 절감하는 중”이라며 “그동안 최대 지급 한도인 20일을 다 채워줬는데 이번에는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