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실재 연결한 내면 풍경 펼쳐…작가로서 성장할 기회 준 한국 사랑해요”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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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찾은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
해운대 소울아트스페이스 2개월 전시
회화 신작 외에 판화·아트 상품 선보여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난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 갤러리 제공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난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 갤러리 제공

“이번 전시는 제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유화 시리즈입니다. 그림을 그릴 때 자연은 저를 관통해 나를 만들어가는 존재로 나아갑니다. 작은 몸짓이나 분위기, 스쳐 가는 감정은 캔버스 위에 그려지는 순간, 특별한 것이 되고, 그것은 제 일부가 됩니다. 여러분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만의 ‘내면 풍경’을 마주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56)이 지난 11일 부산을 찾았다. 이날부터 오는 11월 18일까지 2개월 동안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개최할 ‘Inner Landscapes:마음속 깊은 곳의 풍경’ 전시를 위해서다. 다수의 회화 신작은 물론, 처음으로 공개되는 판화들과 다양한 아트 상품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알머슨은 2013년 소울아트스페이스 개관 8주년 기념 초대전으로 부산과 첫 인연을 맺은 후 여러 차례 방문했다. “항상 긴 여정이긴 하지만 매번 올 때마다 좋다”는 그는 이번에도 꽤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부산에 오기 전에는 키아프·프리즈 서울 행사에 참여했다.

“오랜 세월 후원해 준 갤러리와 협업 기회가 마련된 것도 감사드리고요. 현재 뮤지컬 프로듀싱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가로서 성장할 많은 기회를 주셔서 한국을 깊이 사랑해요. 부산은 특히 멋진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현대적인 도시면서 전통적인 것도 잘 섞여 있어서 정말 흥미로운 도시예요.”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작품 'At the beach'(2023). 이 작품 속 풍경은 해운대 해변이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작품 'At the beach'(2023). 이 작품 속 풍경은 해운대 해변이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작품(Where the heart takes me, 2025). 갤러리 제공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작품(Where the heart takes me, 2025). 갤러리 제공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작품 '안단도'(Walking, 2025). 갤러리 제공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작품 '안단도'(Walking, 2025). 갤러리 제공

전시장은 1, 2층 전체를 활용한다. 인간의 내면을 하나의 풍경으로 바라보는 비유적 개념인 ‘이너 랜드스케이프’라는 전시 제목처럼, 작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내면의 세계를 시각화하고 있다. “기억과 실재를 연결한 풍경을 펼쳐 나간다고 할까요. 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풍경을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처럼요. 단순히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 풍경이더라도 나의 모습에 따라 나의 관점 또한 달라지기 때문에 뭔가 성장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작품 '아마르'(To love, 2024). 갤러리 제공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작품 '아마르'(To love, 2024). 갤러리 제공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작품 'A thousand stories'(2024).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작품 'A thousand stories'(2024). 김은영 기자 key66@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심플한 선과 형태로 표현돼 섬세한 묘사보다 최소한의 선으로 본질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데 집중돼 있다. 반면, 주변의 사물과 장식에는 놀라운 섬세함이 담겨 있다. 인물화라도 머릿속 그림이 유독 화려한 편인 것 같다고 말하자, 알머슨은 “복잡하고 화려한 머릿속은 내 생각과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면서 “그 머릿속과 마음속 표현이 중요한 이유는 자유롭고 주체적이기 때문이고, 거기에 힘을 실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답했다.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작품 'A thousand adventures'(2024).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작품 'A thousand adventures'(2024).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작품 '바모스'(Let's go, 2025). 갤러리 제공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작품 '바모스'(Let's go, 2025). 갤러리 제공

또한 그의 작품에는 개인적 기억과 정서를 넘어, 보편적인 삶의 여정과 그 속에 담긴 희로애락을 되새기게 하는 따뜻한 메시지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곧잘 알머슨에 대해 ‘행복을 전하는 작가’로 말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 타이틀이 의아했어요. 물론 제 인생에는 행복한 순간과 그렇지 않은 순간이 있고, 모든 사람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저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고, 제가 말한 내용에 공감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하고 싶어요. 정말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아름다운 일들,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좋아하는 장소에서 말이죠. 가끔 우리는 그것을 잊어버리곤 하는데, 제 그림은 그것을 이야기합니다.”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난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난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 김은영 기자 key66@

그렇다면 작가가 생각하는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알머슨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행복 레시피를 알려주지 못해 죄송하다”면서도 “당신이 하는 일과 당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질 때, 그게 일어나는 거죠”라고 말한다. 즉, 나의 자아와 평화를 찾을 때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자신과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람료 무료. 운영 시간은 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30분, 토·일요일 낮 12시~오후 5시, 월요일 휴무.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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