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향, 다양성의 가치 잘 표현해 독일인들 공감"
베를린·뮌헨 음악축제 무대서 연주 기량 뽐내
독일 언론 "밀도 있는 연주" "한-유럽 교류 상징"
홍석원 지휘자 "단원들 단기간에 급성장 놀라워"
부산시향이 지난 25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 헤라클레스홀에서 열린 ‘뮌헨 BR 무지카 비바’ 개막공연에서 재독 작곡가 박영희의 '높고 깊은 빛'을 바이올린 강별, 비올라 닐스 묀케마이어과 협연하고 있다. BR musica viva, Astrid Ackermann 제공
부산시립교향악단이 클래식의 본고장 독일에서 열린 두 차례의 음악축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8일 귀국했다. 부산시향은 이번 순회 공연에서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정상급 기량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시향은 지난 25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의 유서깊은 궁전 레지덴츠 내 헤라클레스홀에서 열린 ‘뮌헨 BR 무지카 비바’ 축제에서 ‘Zu Gast aus Korea’(한국에서 온 손님)라는 주제로 개막 공연을 했다.
부산시향은 1부에서 재독 작곡가 박영희 선생의 ‘소리’와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를 잇따라 연주했다. 부산에서의 두 차례 프리뷰 공연과 이틀 전 ‘무직페스트 베를린’ 무대에 이어 네 번째 연주인 만큼 단원들은 한층 편안하고 성숙한 실력을 뽐내면서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풀어나갔다.
부산시향 이은옥 부악장은 "연습량도 많았던데다, 실전 무대에서 네 번째로 연주해서 그런지 단원들이 박영희 선생님의 곡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시향은 이어 박영희 선생의 또다른 작품 ‘높고 깊은 빛’을 바이올린 강별과 비올라 닐스 묀케마이어와의 협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들려줬다. 2부에서는 올리비에 메시앙의 ‘승천 : 4개의 교향적 명상’과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7번으로 이번 순회공연의 마무리 무대를 감동적으로 장식했다.
이날 공연에는 뮌헨 현지 관객 1000여명이 찾아 박영희 선생의 음악세계와 부산시향 수준 높은 연주에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특히 ‘무지카 비바’는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현대음악 축제로, 현지의 클래식 마니아들이 매서운 눈으로 부산시향의 공연을 지켜봤다.
이번 순회공연을 통해 부산시향의 대외적 위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은 물론 단원들의 연주 역량도 크게 발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석원 수석객원지휘자는 “교향악단과 소속 단원들의 기량이 확 높아지는 때가 있다. 투어(순회공연)를 할 때와 녹음을 할 때 그런 계기가 만들어진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고 치러내는 과정에서 단원들이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놀랐다”고 말했다. 홍 지휘자는 “공연의 전체적인 그림과 주제 의식을 바탕에 놓고 단원들이 집중적으로 음악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실력을 갈고 닦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는 이제 100점을 향해 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무직페스트 베를린과 뮌헨 무지카 비바의 예술감독을 함께 맡은 빈리히 호프 박사는 “우리의 음악축제는 다양성의 가치를 중시하며 실천한다. 부산시향이 이를 꾸밈 없이 잘 표현해 현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부산시향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윤태준 단원은 “이번 공연을 통해 우리 단원들이 세계적인 수준의 큰 무대를 얼마나 갈망하고 있었는지 알게 됐다”며 “부산시민들의 열렬한 지지와 부산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더 큰 일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부산시향이 지난 25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 헤라클레스홀에서 열린 ‘뮌헨 BR 무지카 비바’ 개막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석호 기자
부산시향의 공연은 독일 공영방송사인 rbb라디오(Rundfunk Berlin-Brandenburg)를 통해 실황 중계됐고, 현지 언론들도 의미 있게 보도했다.
베를리너 모르겐 포스트는 “작곡가 박영희는 보편적인 인간 감정, 즉 울부짖음, 원망, 분노, 혹은 슬픔과 위로를 자신의 작품에 담았는데, 부산시향은 이런 감정의 흐름을 어려움 없이 잘 다루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은 기립 박수로 작곡가의 선구적인 업적에 감사를 표했다”며 “무직페스트 베를린은 한국과 독일 및 유럽의 유대 관계를 분명히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 교류의 상징이었다”고 덧붙였다.
베를린 타게스 슈피겔지는 “부산시향이 베를린까지 8400km를 날아와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7번을 인상적으로 연주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밀도 있고, 마치 흙 내음 같은, 열정적인 소리를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순회공연의 여정이 김해공항에서 인천공항, 카타르 도하를 거쳐 베를린에 이르기까지 27시간이나 걸려 단원들이 기량을 발휘하는 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 연습 공간 부족으로 일부 단원들이 호텔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연습해야 했는데, 향후 보다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