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최초로 인정된 ‘범죄단체 조직죄’, 항소심은 ‘무죄’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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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60대 의사 일당 감형 선고
원심과 달리 ‘범죄단체’로 보진 않아
허위 환자 비율과 운영 방식 등 고려
수십억대 보험사기는 그대로 인정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DB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DB

전국 병·의원 중 범죄단체 조직과 활동 혐의로 사상 처음 유죄 판결을 받았던 60대 의사 일당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2심 재판부는 수십억 원대 보험사기는 그대로 인정했지만, 허위 환자 비율이 약 16%인 데다 조직적 감시와 제약이 없었다며 범죄단체 관련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2-2부(이경린 부장판사)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과 범죄단체 조직·활동 혐의 등으로 기소된 60대 의사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 씨 의원에서 일한 외부이사 B 씨는 징역 3년에서 1년 10개월, 센터장 C 씨와 직원 D 씨는 징역 2년에서 1년으로 각각 감형됐다. 추징금은 B 씨 2억 7827만 원, C 씨 2억 1012만 원, D 씨 2억 3612만 원으로 원심 명령이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 일당이 역할을 나눠 보험사기를 저질렀지만, 범죄단체를 조직하거나 관련 활동을 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A 씨가 의원을 운영한 기간에 내원한 환자는 3500여 명인데, 공범으로 인정되는 허위 환자는 총 572명”이라며 “역할과 직책이 구분되긴 해도 B·C·D 씨가 조직적 감시를 받거나 행동에 제약을 받았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서로 지휘나 명령을 하거나 특별한 복종 체계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고, 가입과 탈퇴뿐 아니라 업무 과정에서 특별한 제약이 있었다고 보이진 않는다”며 “보험사기 범죄를 위해 의원을 새로 만들었거나 범죄가 주된 목적인 집단이라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허위 환자 572명과 공모해 보험금 약 22억 2516만 원을 보험사가 지급하게 만든 혐의로 기소됐다. A 씨 의원에서 일한 외부이사 B 씨, 센터장 C 씨, 직원 D 씨 등도 해당 기간 안에 허위 환자들과 공모해 보험사가 보험금을 부담하게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의사 A 씨는 40대 여성인 B 씨 제안으로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가 데려온 허위 환자들에게 피부미용 시술, 모발 이식, 성형수술을 해준 뒤 실비 보험이 적용되는 무좀 치료나 도수치료 등의 허위 서류를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허위 환자가 끊이지 않자 30대 여성 C 씨에게 센터장을 맡기는 등 추가 고용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국내 병원과 의원 중에는 처음으로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도 조직적으로 의원을 설립해 범행을 저지른 범죄단체라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허위 환자 비율과 운영 방식 등을 고려해 범죄단체라 단정하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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