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발언 수위 높이는 민주… 대통령실 “과한 행동 말아야” 자제
더민주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트럼프 선불투자 비판
김병기 “3500억 달러 현금 선투자 절대 있어선 안 돼”
대통령실, 민감한 한미협상…강경 발언 자제 요청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방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약 493조원)를 “선불”이라고 못 박은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대미 발언 수위를 높이자 대통령실이 나서 “과한 행동은 말아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29일 대통령실은 민주당 일각의 대미 강경 발언을 두고 “협상 지렛대로 활용·조장하지 않는다”며 “미국과의 협상이 상당히 첨예한 상황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가 가용한 카드를 운용해야 하지만 통상 오버플레이를 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내 강경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27일 논평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직격했다. 이들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도 정도가 있다”며 “무도한 관세 협상으로 국민주권을 훼손하는 미국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정부 주장대로 현금 직접 투자 방식이 이행된다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곧장 바닥을 드러내 IMF에 손을 벌려야 하는 ‘제2의 외환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부당한 요구를 절대 수용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일본과 무제한 통화스와프 등 통화 안전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미국 트럼프 정부가 35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금액을 요구하며 현금성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며 “현금성 투자가 과도하게 진행된다면 외환보유고에 부담이 되고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위험도 있다”며 공식적으로 미국의 현금 선투자 요구에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한미 양국 간의 민감한 협상 내용을 두고 민주당 강경 지지층에 이어 여당 지도부가 잇따라 비판 의견을 내놓자 여권 일각에서도 이 같은 강경 일변도가 오히려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 내 강경 지지층을 따라가는 행보는 정부 협상력을 높이기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반응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은 일본에서 5500억 달러, 한국에서 3500억 달러를 받고, 그것도 선불”이라고 강조했다. 관세 인하를 위한 조건으로 투자금 지급 방식의 즉각적 이행을 요구한 셈이다.
한국 정부는 기존 협상에서 3500억 달러 상당을 대출이나 보증 형태로 집행하는 방안을 제안해왔지만, 미국 측은 현금 지급 비중을 확대하고 투자액을 일본 사례(5500억 달러)에 근접하게 늘리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 정부에 투자금액 증액과 현금 지급방식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