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마루타 기자의 부산 후일담]
단기간 고도 경제성장 배경된 고유 특징
한국 문화 글로벌 성공 원동력으로 작용
마루타 미즈호 서일본신문 기자
부산에 온지 눈 깜짝할 사이에 반년이 지났다. 계절이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서 한국 생활의 반환점에 있음을 실감한다. ‘익숙해질 때쯤 귀국한다’고 여러 선임 기자가 말했는데,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반년 동안의 한국 생활에서 새롭게 익숙해진 것을 떠올리면 무엇보다 ‘빨리빨리’ 문화를 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버스. 후쿠오카에서 다녔던 한국어 교실 선생님은 “한국의 버스 정류장에선 그냥 기다리기만 했다간 버스가 멈추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부산 생활 중 정말 버스가 눈앞을 스쳐 지나간 적이 있었다. 이제는 멀리 버스 차창 속 운전자의 눈을 보고 탈 의사를 강하게 어필(?)한다. 하차 시에도 버스가 서기 전에 미리 좌석에서 일어나 내리는 입구 쪽으로 옮겨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일본에서는 오히려 위험하다고 주의를 받기 때문에 신선했다.
분주한 차량 내부에서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빈 좌석이 없어 서 있는 노인들의 모습이다. 힘차게 달리는 버스 안에서 머리가 진자처럼 흔들리며 여기저기 부딪히는 나와 달리, 강한 하체로 균형을 잡고 서있는 노인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나도 반년 만에 겨우 하체가 단련되었는지, 지금은 머리를 부딪히는 일은 없어졌다.
어학당의 수업 속도에서도 ‘빨리빨리’를 느낄 수 있다. 나는 지난 6월부터 매일 오전 중에 어학당에 다니고 있다. 수업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이제 막 배운 문법을 사용해 즉석에서 문장을 만들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말문이 막혀 있으면 선생님은 “미즈호 씨, 빨리빨리 하세요”라고 재촉한다. 문제는 조급해질수록 더욱 말문이 막힌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자 어느새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업 중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다 보니 학생 때처럼 시험 전에 엄청난 시간을 들여 복습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옛날에는 얼마나 멍하니 수업을 들었던가 하는 반성도 했다.
‘빨리빨리’ 문화를 느끼는 또 다른 경우는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길을 물어올 때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고령자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노상에서 곧잘 나에게 길을 묻는다.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검색하지만, 한국에선 주위에 묻는 것이 더 빠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확실히 스마트폰의 앱으로 지도를 봐도 길을 잘못 들어 헤매기 십상. 쩔쩔 매는 것보다 주변인에게(비록 낯선 사람일지라도) 직접 물어보는 것이 더 빠른 방법일 수 있겠다.
일상의 다양한 장면에서 엿볼 수 있는 ‘빨리빨리’ 문화는 단기간에 빠른 발전을 이룬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뿌리내렸다는 해석이 있다. 범위를 넓혀 보면,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정치·사회의 역동적인 변화, K팝·K드라마의 글로벌 성공을 이끌어 낸 원동력이기도 하다. 일을 신중하게 진행시키는 일본과 비교해 어느 쪽이 좋고 어느 쪽이 나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분명 양국 문화의 차이는 존재한다. 한국에서 남은 반년의 시간 역시 이러한 다양한 차이를 느끼면서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