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천년 역사 품은 유리구슬의 사연은…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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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천박물관 특별기획전
‘유리구슬, 시간을 꿰다’
11월 9일까지 진행돼
삼한부터 조선까지 조명

복천박물관은 삼한부터 조선까지 유리구슬 유물을 아우르는 특별전을 열고 있다. 사진은 삼한의 유리구슬 유물들. 복천박물관 제공 복천박물관은 삼한부터 조선까지 유리구슬 유물을 아우르는 특별전을 열고 있다. 사진은 삼한의 유리구슬 유물들. 복천박물관 제공

삼국시대 유리구슬 유물. 복천박물관 제공 삼국시대 유리구슬 유물. 복천박물관 제공

올해 복천박물관의 특별기획전은 ‘유리구슬, 시간을 꿰다’이다. 유리구슬에 관한 전시는 김해를 비롯해 몇몇 박물관에서 이미 있었던 터라 차별성이 있을까 싶었다.

성현주 복천박물관장은 “삼한시대부터 조선까지 그 긴 세월의 유리구슬을 아우른 전시는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시를 기획한 임수진 학예사가 “삼한 가야 삼국시대 통일신라까지는 유리구슬 유물이 많이 출토되었지만, 그 이후 시기의 유리구슬은 잘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전시는 특별하다”라고 덧붙였다.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의 유리구슬 유물. 복천박물관 제공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의 유리구슬 유물. 복천박물관 제공


삼국시대 유리구슬 유물. 복천박물관 제공 삼국시대 유리구슬 유물. 복천박물관 제공

복천박물관 유리구슬 특별전을 관람하는 시민들. 김효정 기자 복천박물관 유리구슬 특별전을 관람하는 시민들. 김효정 기자

복천박물관 유리구슬 특별전을 관람하는 시민들. 김효정 기자 복천박물관 유리구슬 특별전을 관람하는 시민들. 김효정 기자

전 시대의 유리구슬을 아우르겠다는 임 학예사의 기획은 고된 손품과 발품이 들어갔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국내 24개 박물관에서 중요한 유물을 모두 빌려왔고, 대여 요청과 인수인계 반환에 이르기까지 서류 작업도 어마어마했다. 반출이 안 된다며 거절하는 곳은 여러 번 설득해 결국 유물을 가져올 수 있었다. 사실 이번 전시는 공식적으로 275점의 유물을 선보인다고 표시했지만, 유리구슬 하나하나만 따지자면 수만 점의 유물이 복천박물관에 모인 셈이다.

전시의 첫 시작은 김헌철 유리 공예가의 유리 작품이다. 현대 미술작가의 작품으로 전시를 시작했다는 건 독특했다. 김 작가는 다양한 광물을 다양한 비율로 배합해 다채로운 색의 유리 종을 만들었다. 관객에게 유리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옆 대형 스크린에는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우리나라로 유입된 유리구슬의 특징을 소개하는 영상이 펼쳐진다.


전시 첫머리에서 만나는 김헌철 유리 공예가의 작품. 유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려준다. 김효정 기자 전시 첫머리에서 만나는 김헌철 유리 공예가의 작품. 유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려준다. 김효정 기자

크리스털과 유리구슬을 사용한 변한의 유물. 보물로 지정돼 있다. 김효정 기자 크리스털과 유리구슬을 사용한 변한의 유물. 보물로 지정돼 있다. 김효정 기자

삼한의 유리구슬 유물들. 김효정 기자 삼한의 유리구슬 유물들. 김효정 기자

본격적인 전시는 마한 변한 진한의 소국 연맹체가 형성된 삼한 시대 유물부터 시작이다. 청색 녹색 등 다양한 색상이 등장하고 적갈색 구슬은 동남아 유물과 성분이 유사해 당시 교역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가장 오래된 마한의 청색 유리구슬은 2200여 년 전 유물이지만, 지금 우리가 봐도 여전히 세련된 장신구로 보일 만큼 색과 디자인이 뛰어났다. 변한은 크리스털과 유리구슬을 함께 사용한 장신구들이 많이 나왔는데 보물로 지정될 정도로 뛰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삼국지>의 위서 동이전에는 ‘삼한인들이 구슬을 귀하게 여겨 옷에 꿰매어 장식하기도 하고, 목이나 귀에 달기도 한다. 금·은과 비단은 보배로 여기지 않는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금·은·비단보다 구슬을 더 귀하게 여길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말이다.


삼국시대 유물들. 김효정 기자 삼국시대 유물들. 김효정 기자

무녕왕릉 출토 유물들은 실제 보면 색상과 디자인이 굉장히 뛰어난 걸 알 수 있다. 김효정 기자 무녕왕릉 출토 유물들은 실제 보면 색상과 디자인이 굉장히 뛰어난 걸 알 수 있다. 김효정 기자

삼국시대는 유리구슬의 사용이 더 다양해졌다. 지배층 무덤의 대표 부장품으로 대거 출토되었고, 다채로운 색이 등장한다. 삼국시대 유물 중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리구슬 유물은 단연 돋보인다. 철의 강국이면서 동시에 유리의 왕국으로 불리는 가야의 유물도 빼어난 미학을 느낄 수 있다.

삼국 시대 유물은 수정 마노 비취 등을 조합한 장신구 세트가 자주 출토되었고, 가야는 청색 계열 유리구슬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삼한시대부터 가야, 삼국시대까지 유리구슬 유물은 화려하고 장식적이다. 요즘 아트마켓이나 공방에서 판매하는 목걸이, 팔찌, 귀걸이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성 관장은 “공예 작가와 미술 지망생들이 이 전시를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추천하는 이유이다.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 시대 유리구슬 유물들. 김효정 기자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 시대 유리구슬 유물들. 김효정 기자

유리구슬로 멋을 낸 곽재우 장군의 갓끈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김효정 기자 유리구슬로 멋을 낸 곽재우 장군의 갓끈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김효정 기자

전시 마지막은 화조영모도 거울 병풍을 활용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김효정 기자 전시 마지막은 화조영모도 거울 병풍을 활용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김효정 기자

고려와 조선은 도자 문화가 발달하며 유리공예는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조선의 사대부들은 유리구슬과 수정 호박 옥 등으로 갓끈을 장식했다. 홍의장군으로 유명한 곽재우 장군의 갓끈이 이번 전시에선 조선시대 대표 유물로 소개됐다. 곽재우 장군 갓끈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사실 유리구슬 갓끈은 사치품으로 여겨져 국법으로 사용을 금지한 기록도 있다.

전시 마지막은 화조영모도를 거울에 새긴 특별한 포토존으로 꾸몄다. 전시는 11월 9일까지 열리며 무료 관람이다. 매주 월요일 휴관.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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