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의 디지털 광장] 금정산챌린지로 도심형 국립공원 꿈 실현
디지털국 국장
나들이 하듯 다녀올 수 있는 명산
도시와 무척 어울리는 국립공원
8개 코스 도전 이벤트로 마중물
디지털 기기와 결합 정보 공유도
언론과 시민 더 가까워지는 계기
도전과 목표 달성에 지혜 모아야
한때 지역 명산을 소개하는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로서 지금도 산행을 즐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산사랑의 이유가 따로 있었다. 밥 먹듯이 자주 금정산에 갔기 때문이다. 집 뒷산이 금정산이었다. 집 밖을 나서면 어느새 산자락이었다. 울창한 숲길을 사계절 내내 걸었다. 지금은 이사해서 뒷산이 백양산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요즘은 백양산 자락을 누빈다. 행복하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산으로 달려갈 수 있는 도시가 부산이다. 금정산과 백양산은 도시와 무척 어울리는 산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자리매김할 금정산국립공원 탄생이 성큼 다가왔다. 금정산국립공원은 10월 말 개최 예정인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만 통과하면 최종 결정된다. 이후 국립공원 지정과 고시 등의 행정절차로 명실상부 우리나라 24번째 국립공원이자,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이 탄생하는 것이다.
국립공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자연생태계와 자연, 문화 경관의 보전을 전제로 국토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환경부장관이 지정하고,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보호지역을 의미한다. 1967년 12월 29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인 지리산국립공원이 지정되었다. 이후 22개의 국립공원이 연차적으로 생겼다. 공원의 형태도 다양하다. 지리산 설악산 등 18개의 산악육지공원, 다도해와 한려해상 등 4개의 해상공원, 사적공원인 경주국립공원 등이다.
부산시와 경남 양산시에 걸쳐 있는 금정산은 기존의 국립공원과 성격이 사뭇 다르다. 산과 도시가 사실상 하나인 국립공원이다. 도시가 금정산을 품고 있고, 또한 금정산이 도시를 안고 있는 형세다. 그래서 부산이라는 도시를 말할 때 금정산을 빼놓을 수 없다. 도시철도역에서 내려서 뚜벅뚜벅 올라갈 수 있는 곳이 그곳이다. 산속으로 시내버스가 다니는 곳이 금정산이다. 야경이 멋져 마실가듯 쉽게 야간산행할 수 있는 곳이다.
백두대간 매봉산에서 시작한 낙동정맥이 다대포 몰운대에서 바다와 만나기 전 솟구쳐 오른 곳이 금정산국립공원 일대이다. 한번은 소백산에서 방사한 여우가 해운대 달맞이언덕에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여우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따라 부산까지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금정산에서 마루금을 따라가면, 작은 내 한 번도 건너지 않고, 태백산도 소백산도 갈 수 있다.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부산일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장장 1년을 준비해 금정산국립공원을 모바일과 결합했다. 그래서 국립공원을 기원하고 또 도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금정산챌린지’다. 금정산챌린지는 금정산과 백양산의 유명 봉우리와 능선을 걷는 코스로 마련했다. 모든 인증과 정보는 손안의 컴퓨터, 모바일을 통해 진행하도록 해 디지털 시대 정신과 맞췄다. 더불어 부산닷컴의 다양한 정보도 전 국민이 함께 누리도록 설계했다.
다만, 한계는 있었다. 우리나라 3대 통신사의 서비스가 도심형 국립공원이 될 금정산과 백양산 봉우리의 통신 상태에는 많이 신경 쓰지 않은 모양이었다. 상계봉에서 인증을 위해 통신이 잘되는 지형을 찾아 40분을 뛰어다녔다는 한 도전자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 분은 “마침내 인증이 되는 곳을 찾았을 때 산삼을 찾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가 인증된다”고 소리쳤고, 같은 어려움을 겪던 주변의 도전자들이 우르르 몰려 인증을 마무리했다고 했다. 통신사의 중계 능력까지 미처 챙기지 못해 죄송하다.
챌린지를 시작한 9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안내 전화는 쉴 틈이 없다. 덕분에 직원들은 전화 응대에 바쁘다. 모든 것이 원활하면 좋겠지만 또 그렇게 행사의 취지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있어 외려 고마웠다. 디지털을 통한 소통만으로는 인간미가 없어지는 단점이 있는데,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프라인의 관계가 강화되는 역설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직접 사무실로 찾아와 금정산챌린지에 관해 묻는다.
무엇보다 금정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모두 8코스를 매주 1코스씩 완등하도록 설계했다. 1회 이상 완등한 사람만 14일 현재 1606명이고 5회 차인 이번 주 연인원 4821명이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관리자 모드에서는 각 도전자들이 올린 사진을 볼 수 있다. 출발 지점의 화사한 얼굴이 정상에서는 땀범벅이 된 얼굴로 기록된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오직 자신을 위한 도전이 금정산챌린지다. 금정산국립공원 염원에 부산의 향토기업과 지자체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고마움을 전한다.
도전은 우리의 선택이고 결과는 금정산국립공원 확정과 그랜드슬램 달성이다. 지역의 자랑 금정산국립공원을 모든 이들과 함께 누리는 금정산챌린지가 나날이 발전하기 위해 앞으로도 모두의 지혜가 필요하다. 응원 바란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