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화석산지 4년 만에 보호시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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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정촌 ‘라거슈타테’
기념물 지정 불구 예산 난항
2027년 보호각 등 착공 예정

진주시 정촌면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모습. 천연기념물 지정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보호각조차 없는 상태다. 김현우 기자 진주시 정촌면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모습. 천연기념물 지정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보호각조차 없는 상태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 정촌공룡발자국 화석산지가 천연기념물 지정 4년여 만에 보호각 설립 절차에 돌입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세계적인 자연유산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진주시 등에 따르면 최근 정촌면 공룡화석산지 보호를 위한 시설 설계 절차에 착수했다. 설계에는 보호각 설치와 공원 조성, 수장고 설립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천연기념물 지정 이후 4년여 만이다.

정촌공룡화석산지는 지난 2018년 진주뿌리산단 조성 당시 암석지대에서 발굴됐다. 2cm에서 50cm까지 다양한 크기의 이족 보행 육식 공룡 집단 보행렬은 물론, 뒷발의 크기가 1m에 이르는 대형 용각류 공룡의 발자국, 익룡·악어·거북 발자국 화석 등이 발견됐다. 특히 좁은 면적에서 1만여 개의 발자국이 나오면서 학계에서 ‘라거슈타테(대규모 화석산지)’로 인정받았고, 2021년에는 국가유산청이 그 가치를 인정해 천연기념물 566호로 지정했다.

원상호 진주익룡발자국전시관 학예사는 “일부 육식공룡 발자국이 나온 화석산지는 많지만 정촌공룡화석산지처럼 밀집된 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를 통해 육식공룡의 무리생활이라든지 이동 모습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학술 가치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한 위치적으로도 탁 트여 있고 교통이 편리해 화석역사공원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진주시는 화석 보존과 함께 일대를 공원화할 계획을 세웠다. 또한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국립지질유산센터’도 유치할 계획이었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국가유산청이 일대 원형 보존을 결정하면서 먼저 부지 매입을 해야 했던 데다 지질유산센터 유치 논의도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결국 진주시는 수년에 걸쳐 국비를 확보했고 시비 포함 90억 원을 들여 지난 4월께 일대 2만 9500㎡ 매입을 마무리했다. 현재 화석산지 보호시설 설치를 위한 건축기획·공공건축심의 등 사전 절차를 진행 중이며, 올 연말께 화석산지 보호시설 설계공모 관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 중순에 실시설계에 들어가면 2027년 하반기에 공사에 들어가 2029년부터는 시설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수리 백악기 화석산지와 가진리 새·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충무공동 익룡·새·공룡발자국 화석산지 등 이미 3곳의 화석산지를 보유하고 있는 진주시로선 정촌공룡화석산지 개발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세계적인 자연유산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다만 과제도 있다. 이번에 추진되는 사업은 어디까지나 ‘보호시설 설치’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화석산지에 보호각을 세워놓은 곳이 몇몇 있는데 대부분 단순 볼거리에 그치면서 관람객 발길이 끊어졌다. 진주시는 화석산지 보호에 그치지 않고 그 가치를 알리고 활용하기 위해 국립지질유산센터가 함께 유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질유산센터가 들어서면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른 화석들의 보관도 용이할 전망이다.

최성림 진주시 문화유산과 유산보수팀장은 “보호시설로는 정촌공룡화석산지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또한 남부 지방에서 꾸준히 화석산지가 발견되고 있지만 화석을 보관할 수장고도 부족한 실정이다. 화석산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지질유산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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