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안고 사는 사람들 '공동체적 서사 탐색' 요산 소설 정신 맞닿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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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심사평


제42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심사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제42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심사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올해 요산김정한문학상에는 네 권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단편집이 최종 심사 대상에 올랐다. 후보작들은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우리 시대가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나, 한 인간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집요한 탐색의 서사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갈등과 오해를 사회학적 시각에서 풀어내는 시의적절한 주제를 안정적인 이야기로 구조화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김기창의 <마산>은 지역사의 관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장소의 의미를 70년대, 90년대, 2000년대 이후의 세 시기를 통해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 윤정모의 <가시 그물>은 동래온천장을 중심 배경으로 학춤 전승의 이야기와 재조일본인의 폭력과 그 희생의 역사를 서사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되었다. 김금희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재조일본인 여성의 삶과 창경궁 대온실 복원이라는 두 개의 서사를 겹쳐 서술하면서 역사 속 개인의 운명을 공간의 문제와 연결하여 치밀하게 직조해냈다. 박향의 <희주>는 암 투병이라는 개인적 서사를 상처와 고통의 치유라는 관계의 서사로 변용해내는 사회적 서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심사 대상에 오른 다섯 편의 작품 모두 각각의 특장점을 갖고 있어서 숙고를 거듭하는 토론을 거쳤고, 그 결과 <희주>를 제42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희주>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세 사람의 희주를 연결고리로 삼아 기억 속의 상처를 공유하고 치유해 나가는 독특한 시간 구조를 지니고 있다. 암 투병의 당사자인 희주의 이야기로만 구성하지 않고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세 사람의 희주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사의 중층성이 돋보인다. 이는 삼대에 걸친 희주의 이야기가 단순히 투병의 기록이 아니라 세대를 뛰어넘어 용서와 화해, 그리고 치유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서사의 힘으로 작용한다. “위로, 모르는 사람의 위로”라는 소설 속 전언에서 드러나듯이, 우리 시대 곳곳에 남겨진 상처의 자리를 위로하고 싶은, 각각의 이유로 고통을 안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체적 서사를 탐색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서사의 가능성은 인간의 상처와 고통을 응시했던 요산 김정한의 소설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박향 소설가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이번 수상이 작가에게 개인적으로든 소설적으로든 더욱 건강하고 힘찬 세계를 열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구모룡, 조갑상, 정찬, 황국명, 하상일 심사위원

왼쪽부터 구모룡, 조갑상, 정찬, 황국명, 하상일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왼쪽부터 구모룡, 조갑상, 정찬, 황국명, 하상일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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