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시효’ 6시간 남기고 검거하고, 13년 버틴 미납자도 잡은 검찰
부산지검, 장기 벌금 미납자 100명 검거
7~9월 기준 3억 8000만 원 집행하기도
부산지검 건물 전경. 부산일보 DB
“A 씨, 어디 가세요!”
검찰 수사관이 부산 중구 한 거리에서 말을 걸자 70대 여성 A 씨가 당황하며 “누구신데요?”라고 답했다. 절도 혐의로 확정된 벌금 140만 원을 내지 않았던 A 씨는 그 자리에서 수사관에게 검거됐다. 벌금 집행 시효가 6시간 남은 시점이었다.
검찰은 오랜 기간 벌금을 안 낸 A 씨를 추적 중이었다. 매번 집에 없던 A 씨를 찾아 주변을 탐문했다. 결국 A 씨가 집을 내놓은 데다 중구 한 식당에서 일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A 씨 인상착의를 기억한 수사관은 식당들을 뒤졌고, 거리에서 A 씨를 발견해 그를 검거했다.
검찰은 평소 얼굴을 숙지했던 60대 남성 B 씨를 거리에서 붙잡기도 했다. 무면허 운전 등으로 확정된 벌금 750만 원을 내지 않은 B 씨는 주소지가 성매매 업소가 철거된 곳으로 등록된 상태였다.
주거지 파악이 어려웠던 수사관은 구청에서 B 씨 진료 내용을 확인해 병원 건물에 이틀간 잠복했다. 그러다 B 씨에게 아내가 있단 정보를 입수했고, 통신 자료 등을 확인해 예상 거주지 3곳을 추려냈다. 다시 잠복에 나선 수사관은 거리에서 우연히 B 씨를 만났고, “B 씨!”라는 말을 듣고 도주를 시도한 그를 검거했다.
검찰은 SNS 검색 등을 통해 벌금을 13년간 내지 않았던 40대 남성 C 씨를 찾아내기도 했다. 게임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로 확정된 벌금 200만 원 납부를 회피한 C 씨는 검찰이 찾아갈 때마다 집을 비운 상태였다.
방법을 찾던 수사관들은 C 씨가 SNS에 올린 사진들을 들여다봤고, 휴대전화 매장에서 찍은 진열대 사진을 포착했다. 휴대전화 매장에서 일할 거라고 판단한 수사관들은 C 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손님을 가장해 “휴대전화를 바꾸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었다. 실제로 휴대전화 매장에서 일했던 C 씨는 수사관들에게 매장 위치를 알려줬다가 검거됐다.
검찰은 피트니스 센터 홈페이지를 보다가 강사로 일하던 20대 남성 D 씨를 붙잡기도 했다. 무면허 운전 등으로 벌금 200만 원이 확정된 D 씨는 홈페이지에 얼굴 사진이 있었고, 수사관들은 벌금 시효가 20일 남은 D 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진료 기록 등을 확인해 30대 남성 E 씨를 병원 주변 약국 앞에서 붙잡기도 했다. 할머니 집을 주소지로 등록한 E 씨는 도주치상 혐의로 벌금 2070만 원을 내지 않고 있었다. 렌터카를 자주 이용한 20대 남성 F 씨는 렌터카를 인수하려다 검거되기도 했다. F 씨는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등으로 벌금 1360만 원을 미납한 상태였다.
부산지검은 올해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형집행 전담 수사관들을 중심으로 벌금 미납자 100명을 검거하고, 벌금 약 3억 8000만 원을 집행했다고 22일 밝혔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벌금 시효는 기본적으로 5년인데, 가압류나 가처분 내용 증명을 보내면 늘어나기도 한다”며 “벌금 미납으로 검거된 후 납부하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의로운 법질서 확립이라는 형사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유죄가 확정된 형을 철저히 집행하는 게 기소나 재판만큼 중요하다”며 “최근 3개월간 철저한 사실 조회와 끈질긴 소재 확인을 통해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