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부산시 소속 근로감독관 현장 파견, 노동계 “실효성 의문”
30인 미만 영세사업장 대상
부산 산업구조상 제약 많아
부산시청 로비 전경. 부산일보DB
정부가 내년부터 영세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수사 권한 일부를 광역자치단체에 넘기기로 하면서 부산시 소속 근로감독관이 노동 현장에 투입된다. 지역 사정은 지방정부가 더 세밀하게 파악해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지만, 노동계는 감독의 독립성과 감독의 질 확보가 쉽지 않다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22일 고용노동부와 부산시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이르면 내년부터 광역시도가 자체 근로감독관을 배치해 3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을 대상으로 노동관계법 위반 점검·수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근로감독관 직무 및 사무 위임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안으로 법령 정비를 마친 뒤 하반기부터는 △인천 △경기 △전남 △제주 총 4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2027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현재 3000명 수준인 근로감독관을 1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국 약 7000명(지방 3000명)이 증원되며, 이 가운데 3000명은 노동부가 아닌 지자체 소속 공무원으로 충원된다. 부산에는 약 50명의 근로감독관이 새로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 시범 사업 이후 전국 확대 대상 지역이지만, 부산의 산업구조상 제도 실현에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의 산업구조는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혼재된 형태로, 전체 사업장(40만 1560곳)의 95% 이상이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어서 이에 대한 예방 감독을 광역단체가 모두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관계자는 “부산은 특히 항만·해양물류, 수산업, 소규모 조선업체 등 산재 위험이 높은 업종이 많아 감독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신임 근로감독관 50명으로 이러한 현장을 두루 관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선 지방정부 감독 권한 위임이 오히려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 간 감독 편차가 커지고, 일부 지역에서 감독 사각지대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감독 체계의 중립성 문제도 함께 거론된다. 지자체가 지역 기업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단체장의 정책 방향이나 기업유치 등 지역 경제 논리에 따라 균형 있는 감독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노동권익센터 관계자는 “지자체 중심의 관리 체계가 자칫 형식적 점검에 그치거나, 지자체장 성향에 따라 감독 강도가 달라질 수 있어 이 부분은 해결이 필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부산시는 역할 분담을 통해 감독 물량을 조정하고,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협력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시 일자리노동과 관계자는 “향후 고용노동부와의 협의를 거쳐 부산의 여건에 맞는 인력 배치와 준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