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액막이 북어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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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살아있는 것), 동태(얼린 것), 황태(얼다 녹다 노랗게 마른 것), 코다리(반쯤 말린 것), 간태(소금에 절인 것), 짝태(소금 뿌려 말린 것), 먹태(껍질이 검게 마른 것), 맥태(기온 차이로 하얗게 마른 것), 골태(눈비 맞아 속살이 부은 것), 북어(말린 것)….

명태만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생선도 찾기가 어렵다. 말린 정도로 분류한 이름만 해도 이렇게나 많다. 잡은 시기나 장소, 크기, 가공 방식 등에 따라 여기에 10개 이상의 이름이 추가된다. 명태가 그만큼 우리 민족과 밀접한 생선이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렇게 친숙한 여러 명태 가운데 북어를 액운을 막는 부적처럼 사용한 것은 바짝 말린 북어의 썩지 않고 마르는 특성이 귀신을 고정하거나 쫓아내는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겨우내 식량 보존을 위해 바짝 말린 명태는 목숨을 이어주거나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상징성도 있었을 터이다. 민속학자들은 그런 상징성이 조선 후기 쯤에 민간 신앙에서 북어를 현관에 걸어둠으로써 액을 막는다는 의미로 발전한 것으로 본다.

액을 막는다는 의미로 사용되던 북어는 무속이나 제의에서 불운과 재액을 대신할 존재로 상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를 무속에서는 대수대명(代壽代命)이라 불렀다. 미라처럼 바짝 마른 북어의 형상으로 인간을 대신함으로써 귀신이나 불운을 거기에 고정하거나 쫓아낸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이 같은 풍습은 최근까지 이어져 새로 문을 연 가게 현관이나 새로 산 차량에 북어를 매다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띌 정도다.

이렇게 액막이 소품으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던 북어가 마침내 올해 APEC 정상회의 초청 내빈 선물로까지 발전했다. 경남 김해시의 도예가인 박현서 작가의 작품 ‘행운의 북어’가 그 주인공이다. 박 작가가 올해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공예 부문 장려상을 수상하게 한 작품이다. 도자기로 형상을 잡은 북어에 명주실을 감고 아래에 종 모양 장식물을 단 모습이다. 액을 막는 데에서 나아가 행운을 부르는 의미까지 더해져 복을 기원하는 현대적 풍습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불러 일으킨 한류는 한국 전통적 무속의 현대적 승화라는 독톡한 의미를 지님으로써 세계적 선풍을 불러 일으켰다. 행운의 북어도 그 연장선에서 APEC을 지렛대로 멋지게 승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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