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6년 경찰복 벗고 마약 예방 전도사로 인생 2막 살고 있어요” 김대규 한국마약예방교육연구소 소장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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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예방 교육, 중독 치료보다 중요
명퇴 후 각종 자격증 따 전문성 높여
수사·재활·예방 등 능통한 전문 강사
실정 맞춘 치료 법원 제도 도입 강조

“마약은 ‘마지막이 없는 약물’의 약자입니다.”

36년 넘게 범죄 현장을 누비며 굵직한 마약사범을 검거한 전직 형사가 마약 예방 전도사로 인생 2막을 열였다. 한국마약예방교육연구소 김대규(60) 소장은 마약은 처음부터 손을 대지 않도록 교육하는 게 중독 치료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연신 강조했다.

김 소장은 1987년 순경으로 입직한 뒤 수사·형사·외사·사이버 등 부서를 두루 거쳤다. 그 후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을 역임하다 2023년 2월 총경으로 명예퇴직했다.

현직으로 활동할 당시 김 소장이 꼽은 대표적인 사건은 ‘바티칸 킹덤’ 검거다. 그는 “SNS와 가상자산을 이용해 동남아 마약류가 밀반입된 후 전국에 유통되는 최근 범죄 추세를 낱낱이 보여준 사건”이라고 회상했다.

바티칸 킹덤은 ‘전세계’라는 닉네임으로 국내 유통계를 주름잡은 마약왕 박왕열 씨에게서 약을 공급받아 전국에 뿌린 일당의 총책이다.

김 소장은 수없는 마약류 범죄자들을 검거했지만, 강력한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는 “마약사범에게 사형을 집행하는 여러 국가에서도 계속해서 마약이 유통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명퇴를 신청한 김 소장은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한국마약예방연구소를 차리고 마약류 중독 예방과 교육 관련 자격증 취득에 몰두했다. 그 와중에 청소년지도사와 사회복지사 등 자격증을 땄다. 언뜻 보면 마약 예방활동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자격증들이다.

이에 김 소장은 “청소년들이 마약의 쾌락이 아닌 운동·취미활동으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우리 사회가 마약에 대해 건설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자격증을 공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약알코올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아직도 생활체육지도사 등을 배우며 전문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그는 “마약 퇴치의 핵심은 단속과 재활, 예방이라는 삼박자가 고루 맞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마약사범을 붙잡으며 범죄의 실상을 잘 이해하고 있는 데다 최근 재활·교육의 전문성까지 두루 갖추면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재 영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특임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같은 대학 사회과학대학원 마약범죄중독심리학과에서 마약류 예방과 재활교육 전문가 양성과정까지 지도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마약퇴지운동본부, 경남교육청의 마약류 예방·재활교육 전문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김 소장의 강의 대상은 5세에서 90대까지 다양하다. 한 달에 최대 30여 건의 강의를 소화하기도 한다. 그는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은 마약이라 그러면 필로폰이나 코카인, 헤로인 같은 전통적인 하드코어 마약과 대마초 정도를 떠올린다”면서 “하지만 매년 검거되는 마약류 사범들을 분석해 보면, 신경안정제·각성제·수면제·식욕억제제 같은 병원에서 처방되는 의료용 마약류 남용 사례도 많다. 따라서 마약류 개념에 대한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마약사범들이 범죄자는 응당 맞겠지만 치료가 필요한 뇌질환자라는 시각도 필요하다”며 “미국에서 운영 중인 마약류 사범에 대해 단순 처벌이 아닌 치료·상담 중심의 처분이 이뤄지는 ‘치료 법원’ 제도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도입한다면 마약 퇴치에 아주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조언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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