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열리는 부산, 거리 현수막엔 트럼프와 윤 전 대통령 얼굴 나란히?
29일 오전 9시께 방문한 해운대구 우동 운촌삼거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얼굴을 나란히 놓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양보원 기자
29일 오전 9시께 방문한 해운대구 우동 운촌삼거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얼굴을 나란히 놓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양보원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이 시작되면서 각국 정상들이 부산을 찾고 있지만 정치적, 국제적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현수막이 거리에 게시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부산시는 현수막 없는 청정거리를 지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현행법상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는다.
29일 오전 9시께 해운대구 우동 운촌삼거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얼굴을 나란히 놓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12·3 계엄으로 탄핵된 전 대통령의 얼굴이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게시됐다. 해운대구·기장군 일대 호텔에 APEC 주요 인사들이 투숙하는 데,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수막에는 ‘MAGA x MKGA, WE GO TOGETHER’라는 문구가 적혔다. MKGA(Make Korea Great Again·다시 한국을 위대하게)는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변형한 문구다.
해당 현수막은 우파 성향 소수정당인 A 당에서 게시했다. 최근 A 당은 현수막을 부산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A 당의 현수막으로 매일 민원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민원에도 지자체는 현수막 철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표현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현수막 설치 자체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공공장소 광고물과는 달리 정당 현수막은 정당 이름과 연락처 등만 표시하면 지자체에 신고 없이 합법적으로 걸 수 있다. 구청이 철거할 수 있는 정당 현수막은 형식을 지키지 않은 경우에 한정된다.
부적절한 표현을 이유로 정당 현수막이 철거되기 위해선 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이 필요하지만 표현의 자유도 고려해야 하기에 규제는 쉽지 않다.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추천·반대에 대한 내용이 규제 대상”이라며 “그 외의 경우 정당의 정책 또는 정치적 현안으로 최대한 폭넓게 해석하고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APEC 기간 거리 미관 정비를 위해 시내 17곳을 ‘현수막 없는 청정거리’로 지정했으나 이 역시 정당 현수막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적인 현수막은 아예 게시를 금하지만 정당 현수막은 강제 철거가 어려워 정당에 협조를 부탁하고 있다”며 “정상들이 머무는 해운대·기장 숙소와 김해공항 인근에는 현수막 게시를 자제해달라고 A 정당에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