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하 가속에도…‘집값’에 발목 잡힌 한은
기준금리 11월 동결 가능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다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에 이어 다시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다음 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1.50%포인트(P)로 줄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걱정은 덜었지만, 무엇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28∼29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3.75∼4.00%로 0.25%P 내렸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지난해 9월(-0.50%P), 11월(-0.25%P), 12월(-0.25%P) 잇달아 낮아진 뒤 계속 묶여 있다가 올해 9월과 10월 연속 인하가 단행됐다.
연준은 의결문에서 인하의 배경으로 고용 증가세 둔화, 실업률 상승 등을 거론했다.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을 12월 1일 종료한다고 예고한 것도 통화 완화적 조치다.
미국의 잇단 인하로 내외 금리차, 환율 등 측면에서는 일단 한은의 금리 인하 여력이 커졌다. 지난 5월 이후 역대 최대 폭(2.00%P)까지 벌어졌던 미국과 기준금리와 격차가 1.50%P로 축소되면서, 자본 유출이나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한·미 관세 협상 타결도 향후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이날 새벽 2시 환율은 전날 서울 환시 종가보다 16.70원 낮은 1421.00원까지 급락했다. 지난 20일(1420.80원) 이후 7거래일 만에 1430원대에서 1420원대로 내려앉았다.
관세 협상 불확실성 해소와 미국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환율이 떨어져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11월에도 한은은 쉽게 기준금리를 낮추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은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분명히 밝혔고, 실제로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이 총재 등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3연속 동결을 택했다.
이 총재는 동결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우리나라 소득 수준과 사회적 안정을 고려할 때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부동산 가격 상승이 우리 경제 성장률을 갉아먹고 불평등을 심화한다”며 집값 안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KB부동산이 25일 발표한 10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1.46% 높아졌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에서도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122)는 9월보다 10P 올라 4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그만큼 1년 뒤 집값 상승을 예상한 응답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동산·가계대출·환율·경기 등에 큰 변화가 없다면, 11월 금리 인하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내년 2월이나 1분기 중 한 차례 더 낮추고 인하 사이클(주기)을 종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