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고독과 고립은 완전히 다르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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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연결되어 있습니까/고미숙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인들의 추앙을 받는 ‘K컬처’의 나라이다. BTS, 손흥민, 영화 ‘기생충’ ‘오징어 게임’ ‘케이팝 데몬 헌터스’까지 세계인들을 매혹시키는 문화의 성지이다. 그 뿐만 아니라 지난 겨울 비상계엄의 폭거를 광장의 연대와 함성으로 극복해낸 경험도 있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갈수록 깊은 고립감과 우울을 호소하고 있다. 혼밥, 혼술, 혼행이 편하고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우리 시대는 왜 고립을 당연한 것으로 여길까.

저자는 많은 이들이 고립과 고독을 혼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둘은 완전히 정반대라고 단언한다. 고독이 타인과의 연결을 전제로 자기만의 내적 공간을 확보하고 사유하려는 능동적 행위라면, 고립은 세상과 단절된 채 자기만의 세계로 후퇴하는 수동적 행위이다. 생명은 본질적으로 ‘네트워킹’이기에 연결감이 사라지면 생명력 자체가 줄어들고, 이는 자연스럽게 불안과 두려움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해소되지 못한 에너지는 내면에 쌓여 분노로 변질되고 극단적으로 치달았을 때 ‘묻지마 테러’같은 사회적 병리 현상이 표출된다는 것이다.

민주화의 주역이던 87세대가 정작 자녀들은 극심한 경쟁과 ‘가족 이기주의’ 속에 길러 내면서 청년 세대는 배움과 우정의 가치를 잃고 교감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분석한다. 어떻게 하면 이 단절의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읽고, 쓰고, 말하기’라는 가장 근본적인 행위가 해법이 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고전 읽기’는 단순히 과거의 텍스트를 되풀이하는 공부가 아니라, 인간이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라고 소개한다. 고미숙 지음/창비/108쪽/1만 3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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