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어쩌면 편견을 숨긴 그 말 '자연스럽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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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자연스럽다는 말>

신간 <자연스럽다는 말>. 사이언스북스 제공 신간 <자연스럽다는 말>. 사이언스북스 제공

우리가 흔히 쓰는 ‘자연스러운 게 좋다’는 말. 그런데 무엇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누가 그 기준을 정하는 걸까? 진화 인류학자 이수지 박사는 신간 <자연스럽다는 말>을 통해 자연주의의 함정을 꼬집는다.

저자는 2006년 곤충학자 게이르 쇨리가 기획했던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 박물관 전시를 예로 들어 ‘동성애는 자연스럽지 않다’라는 통념에 반기를 든다. 이 전시에선 동성 간 성적 행동을 보이는 50여 종의 동물 사례가 등장한다.

‘자연’과 ‘인공’을 대립시키는 사고 방식의 한계도 지적한다. 유전자 조작 식품, 인공 장기 등 인간의 기술은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진화의 관점에서 ‘인공’은 인간의 적응 전략이라고 풀이한다.

자연의 질서라는 말에도 의문을 던진다. 자연의 질서처럼 보이는 사회적 질서에도 사실은 권력과 배제가 작동한다. 중력 법칙이 도덕을 설명하지 못하듯, 생물학 법칙 또한 옳고 그름을 말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구 문제를 도덕의 잣대나 국가적 위기로만 다루는 사회 현실도 비판한다. 인구 문제의 초점을 단순한 머릿수가 아니라 삶의 조건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으로 옮겨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자연스럽다는 말 뒤에 숨은 편견을 드러내며, 이 책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자연스럽다고 여길 때, 어떤 행동을 자연스럽다는 이유로 정당화하거나 부정할 때, 우리는 어떤 자연에 대해 말하고 있는가?’ 이수지 지음/사이언스북스/228쪽/2만 2000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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