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의 함정’ 이제 시작?… ‘반도체·농산물’ 한-미 설명 다른 이유는
미 상무장관 “반도체는 합의 일부 아냐” 정부 설명과 배치
대통령실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게 적용’ 분명히 합의”
미 ‘100% 개방’ 표현 관련, 성과 부각 위한 과장법 해석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지난 29일 오후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마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상회담을 계기로 극적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 결과와 관련, 반도체 관세, 농산물 개발 등에서 벌써 한미 당국자 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추후 세부 협상의 험로를 예고하는 ‘디테일의 함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정부는 “심각한 이견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29일(현지 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전날 합의 내용을 소개하며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전날 “(반도체의 경우) 경쟁국인 대만과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실장은 양국의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발표를 한 것”이라면서 합의 내용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정부 측에서는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만 사례’를 적시해 한미 간 합의 문건을 만드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즉,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이번 한미 협상과 관련해 작성 중인 양해각서(MOU) 등에 반도체 관세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한국의 발표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러트닉 장관은 또 “한국은 자기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는 데도 동의했다”고 언급했다. 이 또한 “농산물 추가 개방을 막아냈다”는 한국 측 입장과는 상반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민감한 사안인 쌀이나 쇠고기 시장 개방 문제에 대해 양측의 해석이 갈릴 경우 전체 협상이 다시 교착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이 또한 자국 국민들에게 외교 성과를 부각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과장된 표현으로 보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그동안 ‘100% 개방’이란 표현을 계속 사용해 왔다”며 “협상의 세부 내용까지 고려해 나오는 표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이 대통령과 큰 틀의 무역 합의 직후 ‘한국이 미국에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시장을 완전히 개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측은 당시에도 “쌀과 소고기 시장 등 농축산물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러트닉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 측이)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하면서 99% 정도 개방됐다는 것을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미국은 미국 입장에서 발표를 하는 것”이라며 “국내에서 이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