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열리는 북극항로… 대한민국 ‘극지 개발 기술 허브’로 자리매김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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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빙해수조 구축해 성능 평가
극지 맞춤형 선박 연구에 ‘총력’
지속가능한 극지 해양 모빌리티 준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대전 본소 내 빙해수조에서 모형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대전 본소 내 빙해수조에서 모형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기후변화로 해빙이 가속화하면서 2030년께 본격적으로 열릴 북극항로가 잠재적 해상루트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북극항로는 기존 수에즈운하보다 운항 거리가 최대 40% 짧고 운항 기간도 2주 이상 단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료 절감과 공급망 효율화 등 글로벌 물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열리는 북극…북극항로 본격 개방 준비

최근 수에즈운하 선박 좌초 사고와 홍해 무력 충돌로 물류 불안이 부각되면서, 세계 각국은 북극항로를 미래 전략 항로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본격 모색하고 있다.

북극항로 개방은 사계절 운항이 가능한 정기 항로로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극지의 혹한과 빙해 환경을 견디고, 얼음을 헤치며 항해할 수 있는 쇄빙선과 빙등급(ice class)을 만족하는 선박 등이 필요하다.

북극은 얼음이 녹았다가 얼기를 반복하고, 여름엔 유빙(물 위에 떠서 흘러가는 얼음덩이)이 떠다니며 겨울엔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다. 여기에 극야(온종일 해가 뜨지 않는 현상), 강풍, 영하 수십 도 추위까지 겹치면 가시성 저하를 비롯해 착빙 현상 발생, 유빙 충돌 및 쇄빙운항에 따른 구조 피로도 증가, 운항 효율 저하 등 다양한 항해 위험 요인이 발생한다. 따라서 극지 빙상 환경 예측, 선형·구조 설계, 추진 효율 향상, 성능 검증 등 복합기술이 종합적으로 검증된 극지 맞춤형 선박만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다.

극지운항선박 기술 중심에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 발전을 이끌어온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가 있다.

■극지 해양공학 기술 중심 KRISO

KRISO는 2009년 국내 유일의 빙해수조(Ice Tank)를 구축해 극지운항선박 설계·성능평가, 기자재 방한성능 시험, 북극항로 운항선박용 항해안전지원시스템 개발 등을 본격화했다. 지금까지 410여 판이 넘는 모형 빙판을 생성해 선박 설계 성능을 평가했고, 우리나라 최초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활용해 실선 빙성능 평가 시스템 개발과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이미지 분석 기술 등을 활용해 운항성능 평가 기술도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실험 데이터와 기술은 극지운항선박의 설계·성능평가를 지원하는 핵심 기반이 됐고, KRISO도 극지 해양공학 분야 국가 기술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얼음 위 도전 이어가는 KRISO

KRISO는 글로벌 협력의 폭도 넓혀가고 있다. 북극권 국가인 캐나다의 국립연구위원회(NRC) 산하 OCRE와의 업무협약 체결, 북극항로에서 연중 운항이 가능한 친환경 쇄빙컨테이너선 핵심기술 개발 및 ‘PC 2급’ 개발 연구 수행 등은 극지운항선박의 설계기술과 성능평가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행보다. 앞으로 KRISO는 국내 조선소와 설계 엔지니어링사에 대한 기술 지원을 확대하고, 해외 선주사·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 국제표준화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가 고부가가치 극지운항선박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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