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중앙회, 어업인과 이익 공유 ‘해상풍력 제도’ 주력… 민관협의회 발족도 착착
올 초 제정 ‘해상풍력 특별법’ 구체화
어업인 권익 반영 연구용역 진행 중
민관협의회 상시 운영·대표성 확보
사업 수익 어업인에 환원 방안 검토
수협중앙회가 지난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전국 회원조합 임직원을 대상으로 ‘해상풍력 특별법 연구용역 설명회’를 개최했다. 수협중앙회 제공
수협중앙회(회장 노동진)가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해상풍력’에 대한 제도 설계에 주력하고 있다. 어업인 권익이 반영된 해상풍력 특별법이 올해 초 제정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하위법령에 위임됐기 때문이다. 이에 해상풍력 개발 시 어업인 의견 반영 절차와 그 이익을 공유하는 구체적인 방식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통해 어업인과 상생할 수 있는 해상풍력 제도 마련에 착수한 것이다.
수협중앙회는 이달 초 전국 수협 회원조합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해상풍력 특별법’ 연구용역 설명회에서 하위법령에 담겨야 할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특별법에 명시만 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절차나 방법이 제시되지 않은 ‘민관협의회 운영’과 ‘이익 공유 방안’에 대한 것이 큰 골자다. 수협중앙회는 법의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내용이 향후 마련될 시행령·시행규칙 등에 촘촘하게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먼저, 민간협의회에 참여하는 어업인의 역할을 구체화하는 것이 목표다. 민간협의회는 특별법을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는 수용성 확보 절차다. 정부가 해상풍력 예비지구를 지정하고 기본설계안을 마련하면 해당 해역과 관련한 어업인단체, 주민 대표, 관계 전문가, 송전선로 경과지 주민 대표 등이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는데, 이해관계자 수용성 관련 사항과 발전지구 지정 여부 등 전체적인 사업의 향방이 민간협의회에서 논의된다.
수협중앙회는 민관협의회가 어업인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김광구 경희대학교 교수(행정학)에 ‘해상풍력 민관협의회 어업인·수협 참여 및 운영 지원’이라는 연구과제를 맡겼다.
김 교수는 “민관협의회가 예비지구 지정 등 초기 입지 선정 단계부터 발전사업자 선정과 상업운전 단계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전 주기에 걸쳐 상시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어업인의 법정 대표 조직인 수협이 민관협의회 내에서 적극적이고 민주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6월 주한 덴마크 대사 및 페로 제도(Faroe Islands) 대표단과 만나 해상풍력과 수산업 간 공존 방안을 논의한 노동진(왼쪽 네 번째) 수협중앙회장. 수협중앙회 제공
수협중앙회는 회원조합과 참여 어업인 단체에 전문적인 기술·전략 자문과 교육을 제공하고, 회원조합은 민관협의회에 직접 참여 및 어업인 의견수렴과 민관협의회 논의사항 전파를 담당함으로써 민관협의회가 형식적 절차가 아닌 실제 어업인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로 자리 잡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민관협의회의 대표성 확보와 투명성 보장도 중요한 과제다. 민관협의회가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어업인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하는 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참여 단체의 대표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명문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보상을 노린 일부 단체가 참여해 의사결정 구조를 왜곡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협중앙회는 민관협의회에 참여하는 수협 회원조합의 책임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그 밖의 참여 단체의 대표성을 확인하기 위한 기준도 반드시 설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운영될 민관협의회가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어업인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민관협의회 세부 운영 기준과 참여 어업인 지원 방안 반영도 필요하다.
해상풍력 이익공유 모델 마련도 연구용역 중 하나다. 현행 신재생에너지법은 주민·어업인 등 이해관계자가 개인별 또는 협동조합을 구성해 발전사업에 투자하고 그 이익을 공유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어업인의 경우 해상풍력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임에도 제도적 미비점으로 인해 실제 참여 사례가 현재까지는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 9월 전남 고흥군청 앞에서 고흥군해상풍력 반대대책위원회가 공공주도 해상풍력 추진계획에 반대하며 벌인 대규모 집회. 수협중앙회 제공
이에 수협중앙회는 해상풍력 이익 공유에 어업인이 소외되는 현실을 바로잡고, 어업인 지원을 위한 금융기관으로서 수협의 역할을 정립하고자 제도 설계에 나선 것이다. 이 연구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전문가인 (주)에너지와공간이 맡았다. 연구진은 △투자자금에 대한 개인대출 △주민협동조합에 대한 법인대출 △주민협동조합 위탁관리 수행 등 일선 수협이 어업인 이익 공유 참여를 지원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의 실행 가능성을 점검하고, 추후 구체적인 모델을 만들 예정이다. 특히, 해상풍력 사업으로 영향을 받는 어업인들의 집합체인 일선 수협이 금융기관으로 참여해 사업 수익을 어업인에게 환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금융을 활용할 경우, 국가나 사업자의 추가적인 재원 투입을 최소화하면서도 투자, 대출, 여유자금 운용 등 다양한 금융 참여를 통한 잉여금을 어업인에게 환원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수협중앙회는 이 외에도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에 대한 실효성 확보 장치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계획입지는 특별법 제정에 따라 기존 개별 사업자가 입지를 선정하던 것에서 정부가 직접 어업 영향과 해양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굴하는 방식이다. 하위법령을 통해 ‘어업 영향이 적은 입지’를 객관적으로 정의하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비지구를 도출하는 구체적인 기준과 방식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동근 수협중앙회 해상풍력 대응지원단장 겸 교육지원부대표는 “해상풍력 특별법은 민간 주도에서 국가 중심으로 전환하고, 어업인과의 상생을 제도적으로 보장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을 이룬 합의의 산물”이라며 “체계적인 하위법령 마련을 통해 청정에너지와 수산업이 공존하는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