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이도류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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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류(二刀流)는 일본 검술에서 양손에 각각 칼을 들고 싸우는 기술을 말한다. 실제 국내에서 열리는 검도 대회에서 종종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양손에 칼을 들고 시합을 벌이는 모습은 참으로 이색적이다. 자세히 보면 이도류의 칼은 길이가 서로 달라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알려진 쌍검(칼)하고는 다소 차이가 있다. 검도에서는 ‘이도류’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고, 이도(二刀)가 바른 표현이라고 한다.

이도류란 말은 검도에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니다. 스포츠에서도 쓰인다. 한 종목에서 포지션을 두 개 이상 겸하는 선수를 두고 하는 말인데,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뛰는 오타니 쇼헤이가 대표적이다.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를 겸한다. 투수나 타자 한 포지션도 감당하기 어려운 게 프로 세계인데, 오타니는 투타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의 기록을 보면 더욱 놀랍다. 오타니는 2014년에 일본 프로 야구 사상 처음으로 11승 10홈런으로 ‘두 자릿수 승리와 두 자릿수 홈런’을 같은 해에 달성하더니, 2016년에는 ‘두 자릿수 승리·100안타·20홈런’마저 기록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했다. 2018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빅리그)에 입성한 오타니는 그해 신인왕을 차지한 뒤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기 시작했다. 2023년에는 아시아 선수로서는 최초로 빅리그 홈런왕에 등극했고, 지난해 MLB 역사상 최초로 시즌 ‘50홈런과 50도루’를 달성했다. 올 시즌에도 오타니는 빅리그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오타니는 지난 7월 당시 38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다저스 역사상 한 시즌 초반 105경기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타자이기도 했다.

현재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다저스와 토론토의 월드시리즈에서도 오타니의 신기록 행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오타니는 월드시리즈 3차전 때 무려 9차례나 출루하며 빅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출루 기록을 세웠고, 이날 홈런 2개와 2루타 2개 등 장타 4개를 때려내며 119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한 선수가 4개의 장타를 기록하게 됐다. 월드시리즈 3차전 18회 연장까지의 혈투를 벌인 오타니는 다음 날 선발투수로 나서 6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괴력의 사나이다.

오타니의 신기록만큼이나 그를 빛나게 하는 건 인성이다. 오타니는 학생시절에 야구장 쓰레기를 주우면서 ‘행운을 줍는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오타니의 힘의 원동력은 인성이 아닐까.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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