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중지법’ 추진 않기로…하루 만에 ‘번복’
박수현 “재판중지법 추진 않기로…외교 성과 집중할 때”
강훈식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 끌어들이지 않길 당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3일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재판중지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한 ‘재판중지법’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철회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와 관세협상 결과를 적극 홍보해야 할 시점에 불필요한 잡음이 나오는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청래 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의 간담회를 통해 국정안정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5대 재판을 개시하라고 군불을 때니 민주당이 끓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제 사법개혁 공론화에 집중해야 할 시간으로 이른바 재판중지법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한 현실적 문제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 요청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는 기자 질문에는 “예, 당 지도부의 간담회를 통해 결정했고 대통령실과도 조율을 거친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이 입장을 사전에 밝힌 바는 없다. 당 지도부의 논의 결과를 (대통령실에) 통보했고, 그대로 수용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재판중지법 추진 중단으로 선회한 데에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통령실은 재판중지법에 대해 처리 불필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당 법안이 불필요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재판중지법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에 사법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들이지 말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 등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거둔 외교적 성과를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해야 할 시점에 여야가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는 재판중지법을 무리하게 추진해 정치적 잡음을 일으키는 상황을 원치 않았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은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손범규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은 대통령실 협의 끝에 철회했다지만, 이는 국민의힘이 ‘사법부를 정치에 예속시키려는 시도’라며 끊임없이 한 경고가 옳았음을 인정한 결과”라며 “이는 재판중지법 법안이 얼마나 위헌적이고 자기방어용이었는지를 자인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재판 중지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됐을 때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이 신설되는 게 골자다. 지난 5월 7일 법사위 소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부의됐으나, 당시에도 대통령실과 사전 조율 끝에 연기됐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