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 정책, 폐지·축소보다 보완이 먼저다 [현장 톡톡]
허소영 부산교사노조 정책1실장
부산시교육청의 갑작스러운 늘봄 정책 변경으로 학교 현장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시교육청은 교사 출신의 늘봄지원실장 제도를 전격 폐지하고 2026학년도 선발 예정 인원까지 반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용률이 낮다’는 이유로 남부민 늘봄전용학교 운영을 1년 만에 중단하고 윤산 늘봄전용학교 예산도 크게 삭감하기로 했다. 대신 ‘우리 동네 자람터’를 6곳 확대하고, 늘봄실무사와 돌봄전담사를 증원해 교사가 행정 업무에서 벗어나 교육과정 운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현장의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윤산·남부민 늘봄전용학교는 주변에 소규모 학교가 많아 돌봄과 방과후 수요를 모아 운영할 수 있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도 유리했다. 강사 선발에서도 장점이 있었다. 실제로 이들 학교에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시교육청은 ‘수요 저조’와 ‘안전 우려’를 이유로 들었지만, 이는 학년군별 확대 운영과 학부모 인식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폐지의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이미 시설과 인력, 예산을 대거 투입한 전용학교 시스템을 보완하지 않고 1년 만에 없애는 것은 스스로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결정이다.
특히 대안으로 내세운 ‘우리 동네 자람터’는 공간과 인력, 프로그램 운영 면에서 한계가 뚜렷해 전용학교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자람터를 늘린다고 해서 기존 돌봄·방과후 체계가 유지되거나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교육청은 간과하고 있다.
또 “늘봄 관련 업무를 교사에게 부여하지 않겠다”는 시교육청의 방침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시교육청은 각 학교에 늘봄 컨설팅 교사를 지정하고 전보 시 가산점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는 교사에게 행정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당초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결과적으로 늘봄 업무가 다시 교사에게 돌아오게 되는 구조다.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충분한 검토와 평가 없이 급변하는 현실은 학교를 실험장으로 만들고 있다. 늘봄정책의 문제를 보완하는 대신 ‘폐지·축소’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교육의 지속성과 신뢰를 해치며, 그 피해는 결국 학생과 교사에게 돌아간다. 전임 교육감의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단기간에 중단하기보다, 운영상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개선해 발전시켜야 한다. 교육정책은 정권이나 인물 교체에 따라 흔들리는 정치적 사업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과 교육의 지속성을 책임지는 공적 시스템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