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한방] 무너지는 면역 회복엔 체온 균형 관건
HK한국한의원 윤태관 검진원장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부쩍 차가워졌다. 이맘때면 몸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 찬바람이 불면 손발이 시리고, 피로와 감기 증상이 잦아진다. 날씨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몸의 반응이다. 기후 변화에 순응하되 내부의 조화를 잃지 않는 것이 건강의 근본이며, 그 균형이 무너지면 질병이 침입한다.
체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인체의 ‘균형’을 보여주는 지표다. 시상하부는 외부 환경에 따라 체온을 정밀하게 조절한다. 온도가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말초순환이 둔해지며, 면역세포의 활동이 감소한다. 반대로 따뜻한 환경에서는 혈류가 원활해지고 대사율이 높아진다. 계절의 변화는 피할 수 없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일정한 체온을 지켜내는 조절 능력이 면역과 생리적 균형의 관건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양기(陽氣)가 허하면 백병(百病)이 생긴다(陽虛則百病生)”고 한다. 찬 기운에 양기가 약해지면 기혈의 순환이 막히고, 몸의 방어력인 위기(衛氣)가 약해진다. 이는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교감신경의 항진과 면역 기능 저하에 해당한다. 결국 양기의 허약은 자율신경 불균형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가을은 수렴의 계절이다. 과한 활동으로 양의 발산을 삼가고, 안정 속에서 순환을 지키라는 의미다. 땀이 송글 맺히는 정도의 가벼운 운동과 차분한 마음이 양기를 보존하는 길이다. 아침의 따뜻한 물 한 잔과 규칙적인 식사는 비위(脾胃)의 기능을 돕고, 해질 무렵의 짧은 산책은 기혈의 순환을 촉진한다. 충분한 수면과 복식호흡, 명상은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시켜 체온 리듬을 안정시킨다.
몸이 차고 기운이 약해지는 계절에는 속을 덥히고 순환을 도와주는 음식과 차가 약이 된다. 생강·계피·황기·대추를 함께 달여 마시거나 기력이 떨어질 땐 한의사와 상담해 체질에 맞는 보양 처방을 쓰는 것도 좋다.
체온의 균형은 곧 생명의 균형이다. 한의학이 말하는 음양의 조화는 단순한 철학이 아니라, 실제로 자율신경과 면역의 조율을 의미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 계절, 몸의 온도를 일정하게 지키는 일은 곧 마음의 안정과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환절기에 양기를 잘 지켜 온기가 가족과 이웃에게 전해지고, 모두에게 따뜻한 겨울과 평안한 날들이 함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