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제안에 라오스로 출국, 종착지는 캄보디아 ‘로맨스 스캠’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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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20대 남성 2명에 ‘집유’ 판결
라오스 현지서 범죄 조직 돈세탁에 가담
캄보디아 이동해 ‘로맨스 스캠’에도 참여
범죄단체 가입 혐의 재판에선 실형 선고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 DB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 DB

라오스와 캄보디아에서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한국인들에게 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환전 일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에 라오스로 출국한 이들은 같은 범죄단체가 운영하는 캄보디아 조직으로 이동해 ‘로맨스 스캠’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 변성환 부장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 씨와 B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친구 관계인 A 씨와 B 씨는 지난해 2월 7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전기통신 금융사기 교육을 받은 뒤 범죄단체에 가입했고, 같은 달 25일 범죄 수익을 자신들 명의 계좌로 입금받은 뒤 범죄단체가 지시하는 대포 계좌로 보내 돈세탁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피해자 총 9명에게 14회에 걸쳐 송금받은 약 2억 5824만 원을 대포 계좌로 이체해 범죄 조직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라오스에서 돈세탁을 한 다음 날인 지난해 2월 26일 이들은 캄보디아 바벳 사무실로 이동했고, 이성적 환심을 사며 돈을 송금받는 ‘로맨스 스캠’ 사기에 가담해 ‘콜센터’ 팀원으로 활동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콜센터 팀원은 SNS 등에서 만난 특정인에게 이성적 환심을 얻고, 투자를 유도해 피해금을 입금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앞서 올해 1월 B 씨는 한 친구에게 “라오스에서 환전 일을 하면 매월 1000만 원 상당을 벌 수 있다”며 “단 계좌 일일 이체 한도를 5억 원으로 증액시켜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제안을 승낙한 B 씨는 친구인 A 씨에게 같은 취지로 제안을 하며 라오스로 함께 출국하자고 했고, A 씨도 B 씨 제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라오스에 있던 범죄단체 조직원들은 여성 프로필 사진을 올려놓은 대포 계정을 이용해 SNS에 ‘골프’나 ‘영화’를 주제로 오픈 채팅방을 열고, 이성적 환심을 산 피해자들에게 “코인 투자를 하고 있는데 노트북이 고장났다”며 “대신 투자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투자 수익금을 주면서 신뢰도를 높인 뒤 “이벤트에 참여해 투자하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라오스에서 범죄단체 활동에 가담한 이들은 결국 해당 단체가 운영하는 캄보디아 조직으로 옮겨져 ‘로맨스 스캠’ 범죄에 가담했다. A 씨와 B 씨는 범죄단체가입죄 혐의로는 별도로 재판을 받았고, 부산지법은 지난달 23일 징역 1년 10개월과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와 B 씨는 전기통신 금융사기 조직원들과 공모해 범죄 수익을 적법한 재산으로 가장하는 방식으로 돈을 은닉했다”면서도 “범죄 전력이 없는 데다 여러 양형 조건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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